초혼 이상화 서럽다 건망증이 든 도회야! 어제부터 살기조차 다 ── 두었대도 몇백 년 전 네 몸이 생기던 옛 꿈이나마 마지막으로 한 번은 생각코나 말아라.…
초혼 이상화 서럽다 건망증이 든 도회야! 어제부터 살기조차 다 ── 두었대도 몇백 년 전 네 몸이 생기던 옛 꿈이나마 마지막으로 한 번은 생각코나 말아라.…
청량 세계 이상화 아침이다. 여름이 웃는다, 한 해 가운데서 가장 힘차게 사는답게 사노라고 꽃불 같은 그 얼굴로 선잠 깬 눈들을 부시게 하면서 조선이란 나라에도…
청년 이상화 청년 ─ 그는 憧望동망 ─ 제대로 노니는 향락의 임자 첫여름 돋는 해의 혼령일러라. 흰옷 입은 내 어느덧 스물 젊음이어라 그러나 이 몸은…
池畔지반 정경 ─ 把溪寺파계사 龍沼용소에서 이상화 능수버들의 거듭 포개인 잎 사이에서 해는 朱橙色주동색의 따사로운 웃음을 던지고 깜푸르게 몸꼴 꾸민, 저편에선 남모르게 하는 바람의 군소리…
지구 흑점의 노래 이상화 영영 변하지 않는다 믿던 해 속에도 검은 점이 돋혀 ─ 세상은 수이 식고 말려 여름철부터 모르리라 ─ 맞거나 말거나 덩달아…
조소 이상화 두터운 이불을, 포개 덮어도, 아직 추운, 이 겨울 밤에, 언 길을 밟고 가는 장돌림, 봇짐장수, 재 너머 마을, 저자 보러, 중얼거리며, 헐떡이는…
朝鮮病조선병 이상화 어제나 오늘 보이는 사람마다 숨결이 막힌다. 오래간만에 만나는 반가움도 없이 참외꽃 같은 얼굴에 선웃음이 집을 짓더라. 눈보라 몰아치는 겨울 맛도 없이 고사리…
저무는 놀 안에서 ─ 勞人노인의 劬苦구고를 읊조림 이상화 거룩하고 감사론 이 동안이 영영 있게시리 나는 울면서 빈다. 하루의 이 동안 ─ 저녁의 이 동안이…
이해를 보내는 노래 이상화 ‘가뭄이 들고 큰물이 지고 불이 나고 목숨이 많이 죽은 올해이다. 조선 사람아, 금강산에 불이 났단 이 한 말이 얼마나 깊은…
二重이중의 死亡사망 이상화 죽음일다! 지난 해가, 이빨을 갈고 입술은, 붉으락 푸르락, 소리없이 훌쩍이며, 蹂유 받은 계집같은 검은 무릎에, 곤두치고, 죽음일다! 晩鐘만종의 소리에 마구를 그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