岸曙안서 金億김억 先生선생님에게
김소월
몇 해 만에 선생님의 手跡수적을 뵈오니 감개 무량하옵니다. 그 후에 보내 주신 책 『忘憂草망우초』는 재삼 披閱피열하올 때에, 바로 함께 있어 모시던 그 옛날이 눈 앞에 방불하옴을 깨닫지 못하였읍니다.
題제 忘憂草망우초는 근심을 잊어 버리란 망우초이옵니까? 잊어 버리라는 망우초이옵니까? 잊자하는 망우초이옵니까? 저의 생각 같아서는, 이마음 둘 데 없어 잊자하니 망우초라고 불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옵니다.
저 龜城구성 와서 명년이면 10년이올시다. 10년도 이럭저럭 짧은 세월이란 모양이외다. 산촌에 와서 10년 있는 동안에 산천은 별로 변함이 없이 뵈여도, 人事인사는 아주 글러진 듯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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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전 호(號) 「三千里삼천리』에 이러한 絶句절귀가 있어서 生也一片浮雲起생야일편부운기 死也一片浮雲滅사야일편부운멸 浮雲自體本無質부운자체본무질 生死去如亦如是생사거여역여시라 하였아옵니다.
저 지금 이렇게 생각하옵니다. 초조하지 말자고, 초조하지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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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古以來자고이래로 仲秋明月중추명월을 일컬어 왔읍니다. 오늘밤 창밖에 달빛(月色) 옛소설에 어느 여자 다리(橋) 난간에 기대여 있어, 흐느껴 울며 또 죽음의 유혹에 박행한 신세를 소스라지게도 울던 그 달빛, 그 월색(月色), 월색이 백주(白晝)와 지지 않게 밝사옵니다.
* 이 편지는 이 책 「素月소월의 追憶추억」(金億김억) 중에 다시 인용돼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