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비상근예비군이 되어 부대에서 근무하게 된 지도 어느덧 두달 여가 되었다.
43명 중에 포병대 전포사격통제관은 전부 6명, 이 중에 야전포병 주특기로 현역생활을 했던 이는 0명.
원사) 보병 대대급 주임원사
중사) 보병 중대급 부소대장
상사) 전차/기보대대 전투지원 박격포/대전차화기반장
중사) 보병 중대급 GOP 부소초장
상사) 보병 중대급 박격포반장
중사) 보병 중대급 GOP 부소초장
이 여섯 명을, 사단에서는 앞으로 포병대에 임무수행을 위해 필요한 집체교육을 진행하기로 했다. 아마 이거 교육도 우리가 1기이기에 특별히 진행하는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교육장소는 포병여단.
교육기간은 4주. 대포운용 및 방열, 사격절차에 대한 교육 2주, 그리고 정비 및 기재종류 확인 및 숙달 2주.
교관은 105미리 곡사포를 운용하고 있는 현역 부사관 분들이었다.
이 시기에 포병 뿐 아니라 정보통신 주특기도 다른 장소에서 별도의 집체교육을 실시했다.
포병 집체교육 전반기에는
105미리 견인곡사포의
기초와, 조작법, 방열과 사격절차, 방향틀의 사용법 등을 배웠다.
나는 현역 시절 4.2″박격포를 운용했어서
사격술과 사격통제기재의 원리는 박격포의 그것과 거의 비슷하기에
배우는데 문제는 없었다.
놀라웠던 것은 포병의 5대병과의 존재.
기계화부대 박격포반장은 전포, 사격지휘, 관측, 통신, 측지(는 배우기만 하고 사용하지는 않았다)를 다 할줄 알아야 했는데,
포병은 각각 별도의 특기별로 나누어 편제가 이루어진다는 것.
전포사격통제부사관은 오로지 전포, 전포의 스페셜리스트였다. 그리고 화포 자체의 기능이 박격포에 비할 바가 아니라서 더 열심히 공부해야 했다.
기초지식을 배운 후에는 1차 평가로 필기시험을 봤다.
5명은 주말도 반납하고 열심히 공부했다. 그런데 1명은 시험 전에도 딱히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 것이다. 본인은 준비를 해왔다고 한다. 컨닝페이퍼. 허허허…그냥 웃기만 했다. 아직도 이런 사람이 있구나…했다.
시험시작. 뭐 다들 알겠지만 시험은 문제은행식으로 진행되었다. 총 3개 유형이고, 같은 문제는 하나도 없었다. 이 시험의 목적은 문제와 답을 달달 외우면서 포병지식을 쌓게 하려는 것이다. 열심히 외웠지만, 막상 시험지를 보니 긴장해서 몇문제는 틀리고 말았다. 시험지 제출 순서는 3번째.
시험을 끝내고 나왔을 때, 준비를 많이 했다는 인원은 시험시간을 다 채워서 제일 마지막에 나왔다. 마지막까지 준비한 용지를 보려고 했지만 시험감독이 엄정하여 끝내 보지 못하고 문제를 풀지를 못했다는 것. 결국 이 인원은 컨닝도 못하고 시험도 꼴지를 했다.
2주간의 전투기술교육이 끝난 이후에는 2주간의 장비관리 교육 및 실무과정이 준비되어 있었다. 3개 여단의 포병대 창고를 돌아가며 실제 장비의 형태를 확인하고 실셈을 하는 과정이었다. 처음은 60여단, 그다음은 우리여단, 다음은 62여단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거기에 우리여단의 경우에는 하루를 더 투자하여, 군의 정비 개념, 화포의 기본정비 및 치장하는 요령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다.
모든 과정이 끝나고 마지막 날, 포병여단장 주관으로 마지막 평가만이 남았다. 그것은 장기비상근 전사관 6명이 실시하는 방열 및 기계훈련 및 정비 평가. 시간은 현역과 똑같은 3분이내 0밀오차. 난 여기서 좌측 가신을 담당하는 포수를 맡았다. 포반장이나 사수를 하고 싶었는데, 이 역할을 꼭 하고 싶다고 하는 인원이 있어서 나는 가신을 잡았다. 가신을 잡은 두번째 이유는 앞으로 실무에 들어가면 나는 포경이나 방향틀을 주로 잡지, 가신을 잡을 일은 없을거다. 지금 여기서 많이 해서 배워두자. 라는 판단이었다.
방열 이전에 기계훈련 및 정비 평가를 받았다. 화포의 각 부위 명칭 및 가동하는 방법, 그리고 포신 및 기동부위 점검 및 정비, 포신 손질 등을 평가 받았다. 내가 평가받은 부분은 화포 공이틀뭉치 분해결합. 모두가 합심으로 평가를 잘 치뤘다.
이제 남은 것은 방열. 그런데 포병여단 지휘관분들이 내려오지 않았다. 기다리다 지쳐갈 때 즈음, 대대장 한 분이 내려오셨는데 어, 마스크를 쓰고 내려오셨다. 대대장님께서 말씀하시길 ‘갑자기 여단 내에 코로나 환자가 폭증해서 코호트격리에 들어갔다, 그래서 부득이 본인만 내려왔으니 평가를 시작하자’
우리는 열심히 방열했다. 뚝딱뚝딱 방열을 하는 중에 화포를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좌측에 있는 내가 밀어서 포구를 사수쪽으로 옮겨야 하는데 어라, 포가 안움직이네? 고개를 들어보니 우측 가신을 잡은 인원이 밀고 있는게 아닌가!! 순간 화가 났다. 시간을 촉박한데 지나가고 있기 까지 한데 저러고 있다니, 시간이 없다고 판다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그냥…힘으로 화포와 나를 향해 힘쓰고 있는 저 인원까지 힘으로 밀어내 버렸다. 97kg의 체중을 힘으로 바꾸는 기술은 10대 시절에 피터지게 배웠거든.
방열까지 잘 마무리되고, 6명의 예비군은 6명의 전사관으로 만들어졌다. 이제 각자의 여단으로 돌아가서 전사관으로서의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