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 듣고 자라 배워 내가 안 것은
김소월
이것이 어려운 일인 줄은 알면서도,
나는 아득이노라, 지금 내 몸이
돌아서서 한 걸음만 내어놓으면!
그 뒤엔 모든 것이 꿈 되고 말련마는,
그도 보면 엎드러친 물은 흘러버리고
산에서 시작한 바람은 벌에 불더라.
타다 남은 燭촉불의 지는 불꽃을
오히려 뜨거운 입김으로 불어가면서
비추어 볼 일이야 있으랴, 오오 있으랴
차마 그대의 두려움에 떨리는 가슴의 속을,
때에 자리잡고 있는 낯모를 그 한 사람이
나더러 `그만하고 갑시사’ 하며, 말을 하더라.
붉게 익은 댕추의 씨로 가득한 그대의 눈은
나를 가르쳐 주었어라, 열 스무 번 가르쳐 주었어라.
어려 듣고 자라 배워 내가 안 것은
무엇이랴 오오 그 무엇이랴?
모든 일은 할 대로 하여 보아도
얼마만한 데서 말 것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