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인(浪人)의 봄
김소월
휘둘리 산을 넘고,
굽이진 물을 건너,
푸른 풀 붉은 꽃에
길 걷기 시름이어.
잎 누런 시닥나무,
철 이른 푸른 버들,
해 벌써 석양인데
불슷는 바람이어.
골짜기 이는 연기
메 틈에 잠기는데,
산마루 도는 손의
슬지는 그림자여.
산길가 외론 주막,
어이그, 쓸쓸한데,
먼저 든 짐장사의
곤한 말 한 소리여.
지는 해 그림자니,
오늘은 어디까지,
어둔 뒤 아무데나,
가다가 묵을네라.
풀숲에 물김 뜨고,
달빛에 새 놀래는,
고운 봄 야반(夜半)에도
내 사람 생각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