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호설(性嗜好說)은 인간의 본성(性)을 인간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무엇을 욕구하고 추구하는지와 관련하여 설명하는 관점이다. 특히 동양철학의 인성론에서 성기호설은 인간의 본성이 구체적인 기호(嗜好), 즉 좋아하고 즐기며 추구하는 성향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를 탐구하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성기호설을 이해할 때 중요한 원전은 『맹자』 「고자 상(告子上)」이다. 고자는 “생지위성(生之謂性)”이라는 명제로 성을 설명하고, 인간의 본성을 식욕과 성욕 등 자연적 욕구와 연결한다. 이에 대해 맹자는 인간의 본성을 단순히 생물학적 욕구로 환원하는 데 반대하며, 인간에게는 측은지심과 같은 도덕적 가능성이 내재한다고 주장한다. 이 논쟁에서 성과 기호의 관계는 인간의 본성이 자연적 욕구로 설명될 수 있는지, 아니면 도덕적 판단과 실천의 근거까지 포함하는지를 가르는 중요한 쟁점이 된다.
다만 성기호설이라는 표현은 문맥에 따라 다르게 사용될 수 있으므로, 이를 하나의 독립적이고 통일된 철학 학파의 명칭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특히 맹자와 고자의 논쟁을 다룰 때에는 성기호설을 인간의 본성과 기호의 관계에 관한 입장으로 이해하고, 해당 원전에서 실제로 제시되는 명제와 후대 연구자의 해석을 구분해야 한다.
성기호설의 핵심 질문은 다음과 같다. 인간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성향은 본성에 속하는가? 자연적으로 욕구하는 것과 도덕적으로 옳은 것은 같은가? 인간의 기호가 본성에서 비롯된다면 도덕교육과 수양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이 질문들은 인성론을 넘어 윤리학과 심리철학, 교육철학으로 이어진다.
성기호설의 철학적 의의는 인간의 본성을 추상적인 본질로만 다루지 않고, 실제로 드러나는 욕구와 선호, 감정의 구조를 통해 해명하려 한다는 데 있다. 그러나 인간이 무엇을 좋아한다는 사실과 그것이 도덕적으로 옳다는 판단은 구별되어야 한다. 이 차이를 어떻게 설명하느냐가 성기호설을 평가하는 핵심 기준이다.
1. 성기호설의 핵심 개념
1) 성(性)과 기호(嗜好)의 관계
성은 인간에게 자연적으로 주어진 본성이나 성향을 뜻하고, 기호는 어떤 대상이나 상태를 좋아하고 추구하는 성향을 가리킨다. 성기호설은 두 개념을 연결함으로써 인간의 본성을 실제적인 욕구와 선호의 관점에서 이해하려 한다.
2) 자연적 욕구와 도덕성의 구별
식욕이나 성욕처럼 자연적으로 나타나는 욕구는 인간의 본성을 설명하는 중요한 자료다. 그러나 어떤 욕구가 자연스럽다는 사실만으로 그 욕구를 충족하는 행위가 도덕적으로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성기호설은 자연적 욕구가 도덕적 규범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 설명해야 한다.
3) 다산 정약용: 호선오악(好善惡惡)과 도덕적 본성
성기호설을 철학적으로 가장 체계화한 사상가는 조선 후기의 다산 정약용(丁若鏞)이다. 다산에게 성기호설은 주희의 성즉리(性卽理)를 비판적으로 재검토하고 인간의 도덕적 본성을 설명하기 위해 제시된 이론이다. 그는 성을 추상적인 이치로만 설명하기보다, 인간이 선을 좋아하고 악을 싫어하는 성향과 연결하여 이해했다. 이를 호선오악(好善惡惡)이라고 한다.
다산은 인간의 본성을 단순한 생물학적 욕구와 동일시하지 않았다. 인간에게는 신체적 욕구를 추구하는 측면이 있지만, 동시에 선과 악을 분별하고 도덕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이 있다. 다산의 성기호설은 특히 이러한 도덕적 지향성을 인간 본성의 핵심으로 파악한다.
이 관점에서 성은 이미 완성된 도덕적 덕목을 소유하고 있다는 뜻이라기보다, 선을 지향하고 악을 거부하는 능동적 성향을 뜻한다. 따라서 인간이 선한 본성을 지닌다는 말은 모든 인간이 언제나 선하게 행동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인간은 선을 좋아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지만, 실제로 선을 선택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는 도덕적 판단과 의지가 요구된다.
다산은 이러한 도덕적 능력을 도심(道心)과 영지(靈知)의 개념으로 설명한다. 인간은 단순히 욕구에 반응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행위를 성찰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존재다. 또한 다산의 사상에서는 상제(上帝)가 인간에게 부여한 도덕적 능력이라는 종교적·형이상학적 전제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 점에서 다산의 성기호설은 성선설을 폐기한 이론이라기보다, 성선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한 이론으로 볼 수 있다. 주희가 본성을 리와 연결해 설명했다면, 다산은 선을 향하는 인간의 도덕적 지향과 실천 가능성을 강조했다. 국내 연구에서도 다산의 성기호설은 주자학의 본성론과 구별되는 독자적인 인성론으로 분석된다.
4) 성기호설과 수양·도덕교육
성기호설은 도덕교육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한다. 인간에게 선을 좋아하고 악을 싫어하는 도덕적 성향이 있다면, 교육은 외부의 규칙을 강제로 주입하는 과정에만 머물 수 없다. 교육은 인간이 선과 악을 분별하고 자신의 도덕적 지향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도록 돕는 과정이어야 한다.
이 관점에서 도덕적 지식과 도덕적 실천은 구별되지만 분리될 수 없다. 무엇이 선한지 아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으며, 그것을 실제로 선택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의지가 필요하다. 성기호설은 인간의 도덕성을 추상적인 원리의 소유보다 선을 향하는 실천적 성향과 연결한다.
이러한 관점은 교사와 학생의 관계에도 적용된다. 도덕교육은 학생을 수동적으로 규율에 복종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이 자신의 판단을 성찰하고 타인의 삶을 고려하며 도덕적 책임을 실천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다만 성기호설이 교육과 수양의 필요성을 완전히 없앤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선을 지향하는 능력과 그 능력을 올바르게 발휘하는 일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2. 성기호설의 철학사적 전개
1) 맹자와 고자의 성론 논쟁
『맹자』 「고자 상」에서 맹자와 고자는 성의 의미를 놓고 논쟁한다. 고자는 성을 생명체의 자연적 특성과 연결하며, 식욕과 성욕 등을 인간의 본성을 설명하는 사례로 든다. 맹자는 이에 반대하며 인간의 도덕적 본성을 단순한 자연적 욕구로 환원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 논쟁은 성기호설의 사상적 배경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다만 고자의 입장과 다산의 성기호설은 동일하지 않다. 고자는 자연적 성향을 중심으로 성을 설명하지만, 다산은 선을 좋아하고 악을 싫어하는 도덕적 지향성을 본성의 핵심으로 제시한다.
2) 주희의 성즉리와 다산의 비판
주희의 성즉리는 인간의 본성을 우주적 원리인 리와 동일시함으로써 도덕성의 보편적 근거를 설명한다. 다산은 이러한 설명이 인간의 실제적인 도덕적 판단과 선택을 충분히 드러내지 못한다고 보았다. 그는 본성을 선을 지향하는 능동적인 기호로 설명함으로써 인간의 도덕적 실천을 강조했다.
따라서 두 이론의 차이는 단순히 본성이 선한가에 관한 차이가 아니다. 인간의 본성을 형이상학적 원리로 설명할 것인지, 아니면 선을 지향하는 도덕적 능력과 실천의 관점에서 설명할 것인지에 관한 차이다.
3) 현대철학과 체험주의: 신체화된 성기호
현대철학에서는 성기호설을 인간의 몸과 환경, 경험의 상호작용이라는 관점에서 재해석하려는 시도가 나타난다. 고명문은 정약용의 성기호설이 지닌 의의와 한계를 체험주의의 관점에서 검토하면서 ‘신체화된 성기호’라는 대안을 제안했다. 이는 인간의 기호를 초자연적 원리에만 의존해 설명하지 않고, 신체와 환경의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되는 것으로 이해하려는 접근이다.
이러한 재해석은 성기호설을 현대의 인지과학 및 심리철학과 연결할 가능성을 보여 준다. 다만 현대적 재구성은 다산의 원래 사상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론의 일부를 비판적으로 계승하여 새로운 설명으로 발전시키는 작업이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3. 성기호설의 철학적 의의와 한계
1) 철학적 의의
첫째, 성기호설은 인간의 본성을 실제적인 선호와 도덕적 지향을 통해 설명한다. 둘째, 도덕성을 단순한 규칙의 암기가 아니라 선을 선택하고 실천하는 능력과 연결한다. 셋째, 본성과 실천의 관계를 강조함으로써 도덕교육이 지식 전달을 넘어 판단과 행동의 형성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보여 준다. 넷째, 인간의 본성을 고정된 형이상학적 실체로만 이해하지 않고 현실의 경험과 행동 속에서 검토할 수 있도록 한다.
2) 철학적 한계와 비판
첫째, 선을 좋아하는 성향이 모든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존재한다는 주장은 별도의 정당화를 필요로 한다. 실제 인간의 선호는 서로 다르고, 무엇이 선인지에 관한 판단도 상황과 문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둘째, 선을 좋아한다는 사실과 실제로 선을 행한다는 사실 사이에는 간극이 있다. 인간은 어떤 행위가 옳다는 점을 알면서도 욕구나 이해관계 때문에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성기호설은 도덕적 지향뿐 아니라 의지와 선택, 책임의 문제까지 설명해야 한다.
셋째, 다산의 이론은 도덕적 기호의 근거를 상제와 영지의 개념에 연결한다. 현대의 자연주의적 관점에서는 이러한 초경험적 전제가 경험적으로 검증될 수 있는지 비판적으로 질문할 수 있다. 신체와 환경의 상호작용을 통해 기호를 설명하려는 접근은 이 문제에 대한 하나의 대안이지만, 도덕적 규범의 객관성까지 자동으로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종합하면, 성기호설은 인간의 본성을 선을 좋아하고 악을 싫어하는 도덕적 지향성과 연결하여 설명하는 이론이다. 특히 다산 정약용의 성기호설은 성즉리 중심의 본성론을 비판적으로 재검토하면서 도덕적 판단과 실천의 능동성을 강조한다. 그 의의는 본성과 도덕적 실천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려는 데 있으며, 한계는 도덕적 기호의 보편성과 근거를 어떻게 정당화할 것인지에 있다.
참고문헌
- 이해임·허남진. (2019). 「성기호설(性嗜好說)과 성선설(性善說)—다산(茶山)의 『맹자(孟子)』 해석—」. 『태동고전연구』, 43, 95–122.
- 고명문. (2018). 「정약용의 성 기호설의 한계와 그 이후—신체화된 성 기호—」. 『철학논총』, 91(1), 1–27.
- 박창식·박균열. (2019). 「정약용 성선설에 대한 품사적 재해석」. 『윤리연구』, 127, 49–74.
- 이대식. (2020). 「정약용 성기호설(性嗜好說)의 교육학적 함의」. 『도덕교육연구』, 32(2), 119–143.
- 이철승. (2021). 「왕부지와 정약용 철학에 나타난 본성론 문제」. 『동양철학연구』, 108, 105–134.
철학 문헌
- 『맹자』 「고자 상」: 맹자와 고자의 성론 논쟁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 원전이다.
- 정약용, 『맹자요의(孟子要義)』: 다산의 맹자 해석과 성선설·성기호설의 관계를 살펴볼 수 있다.
- 정약용, 『중용자잠(中庸自箴)』: 다산의 성리학 비판과 인간의 도덕적 본성에 관한 관점을 연구할 때 참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