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증법(辨證法, Dialectic)은 사물과 사유의 변화·발전·모순·관계성을 탐구하는 철학적 방법이자, 진리와 인식이 형성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변증법은 어떤 대상을 고정된 상태에서 개별적으로 이해하기보다, 그 대상이 다른 것과 맺는 관계, 내부에 포함된 대립과 긴장, 그리고 그러한 대립을 통해 발생하는 변화에 주목한다.
일상적으로 변증법은 흔히 ‘정(正)·반(反)·합(合)’이라는 세 단계의 도식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이 도식은 변증법의 모든 형태를 정확하게 나타내지 못한다. 특히 헤겔의 변증법을 정립된 주장에 반대 주장을 제시하고 둘을 절충하는 방법으로만 이해하면, 개념의 내적 모순과 그로 인한 자기 전개의 의미를 놓치게 된다. 변증법은 단순한 찬반 토론이나 논쟁 기술이 아니라, 어떤 규정이 그 자체의 한계와 모순을 드러내고, 그 한계를 통과하면서 새로운 규정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해명하려는 철학적 사유 방식이다.
변증법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 철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크라테스는 문답을 통해 상대방의 믿음과 개념에 내재한 모순을 드러냈고, 플라톤은 변증법을 의견에서 지식으로 나아가며 이데아와 존재의 관계를 탐구하는 방법으로 발전시켰다. 이후 칸트는 이성이 경험의 한계를 넘어설 때 발생하는 이율배반을 분석했으며, 헤겔은 변증법을 개념과 존재가 자기 내적 관계를 통해 전개되는 논리적 운동으로 체계화했다. 마르크스는 변증법적 사유를 물질적 생산관계와 사회·역사의 변화에 적용했다.
따라서 변증법을 이해하려면 고대의 문답법, 헤겔의 관념론적 변증법, 마르크스의 유물론적 변증법을 구분해야 한다. 이들은 서로 연관되어 있지만, 변증법의 대상과 작동 원리, 진리에 대한 관점에서는 중요한 차이를 보인다.
1. 변증법의 핵심 개념
1) 변증법과 형식논리학의 차이
형식논리학은 주어진 전제에서 결론이 타당하게 도출되는지를 검토한다. 동일률, 모순율, 배중률과 같은 논리적 원리는 명제와 추론의 타당성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반면 변증법은 어떤 개념이나 대상이 구체적인 관계 속에서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하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어떤 내적 긴장이나 대립을 통해 발생하는지를 탐구한다.
예를 들어 ‘자유’를 독립된 개인이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 상태로만 정의한다고 하자. 이 정의는 자유의 한 측면을 설명하지만, 개인이 자유를 행사하기 위해 필요한 사회적 조건이나 타인의 자유와 맺는 관계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할 수 있다. 변증법적 접근은 자유의 개념을 폐기하는 대신, 그 개념이 전제하는 조건과 한계를 검토하고 자유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어떻게 실현되는지를 다시 묻는다.
다만 변증법이 형식논리학을 무효화하거나 모순을 무조건 참으로 인정한다는 뜻은 아니다. 형식논리학과 변증법은 서로 다른 질문을 다루며, 현대 논리학에도 모순을 다루는 다양한 체계가 존재한다. 변증법의 핵심은 단순히 모순된 명제를 동시에 참이라고 선언하는 데 있지 않고, 대립이나 불일치가 어떤 구조에서 발생하며 그것이 대상의 변화와 이해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설명하는 데 있다.
2) 대립과 모순: 변화의 내적 계기
변증법에서 대립은 단순히 서로 다른 두 의견이 충돌하는 상황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어떤 대상이나 개념이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것과 구별되면서도, 동시에 그 다른 것과의 관계에 의존하는 경우가 있다. 변증법은 이러한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긴장과 모순에 주목한다.
헤겔에게 모순은 단순한 논리적 실수와 동일하지 않다. 어떤 개념을 철저하게 규정하려 할 때 그 개념이 자신이 배제한 것에 의존하거나, 자신의 규정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한계를 드러낼 수 있다. 이때 모순은 사유가 임의로 만들어 낸 오류라기보다, 해당 규정의 불충분성을 드러내는 계기로 기능한다.
예를 들어 순수한 독립성을 아무런 관계도 없는 상태로 정의하면, 그 독립성이 무엇으로부터 독립한 것인지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독립성이라는 개념은 그것이 구별되는 다른 것과의 관계를 전제하기 때문이다. 변증법적 분석은 이러한 개념의 관계적 성격을 드러내면서 독립성과 의존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하려 한다.
그러나 모든 대립이 필연적으로 발전을 낳는 것은 아니다. 현실의 갈등은 파괴나 정체를 초래할 수도 있으며, 서로 다른 입장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더 높은 진리가 도출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변증법적 설명은 대립의 존재를 지적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대립이 실제로 어떤 관계를 이루며 어떠한 변화를 일으키는지 논증해야 한다.
3) 지양(Aufhebung): 부정과 보존의 통일
헤겔 변증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개념은 독일어 *Aufhebung*이다. 한국어로는 일반적으로 ‘지양’이라고 번역한다. 이 단어에는 폐기하거나 없앤다는 의미와, 어떤 것을 보존하면서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린다는 의미가 함께 담겨 있다.
지양은 기존의 규정을 단순히 제거하는 것과 다르다. 어떤 개념의 한계를 비판하되, 그 개념이 지니는 타당한 내용을 보존하면서 보다 구체적인 규정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따라서 지양에는 부정, 보존, 고양이라는 세 의미가 결합되어 있다.
예컨대 어린아이가 규칙을 단순히 외부의 명령으로 받아들이다가, 성장하면서 규칙의 의미를 이해하고 자율적으로 준수하게 되는 과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외부적 규칙에 대한 단순한 복종은 그대로 유지되지 않지만, 규칙 자체가 무의미하게 폐기되는 것도 아니다. 규칙은 이해와 자율성의 맥락에서 새롭게 파악된다. 이는 지양의 의미를 설명하기 위한 예시이며, 모든 성장 과정이 헤겔적 지양의 필연적 단계를 따른다는 뜻은 아니다.
지양은 변증법이 단순한 부정이나 절충과 다르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변증법적 전개에서 새로운 규정은 이전의 규정과 무관하게 외부에서 덧붙여지는 것이 아니라, 이전 규정이 지닌 한계를 통과하면서 형성된다. 다만 실제로 무엇이 보존되고 무엇이 폐기되는지는 구체적인 논증을 통해 밝혀져야 한다.
4) 정립·반정립·종합: 변증법의 도식과 그 한계
변증법을 설명할 때 널리 사용되는 도식은 정립(正立, thesis)·반정립(反定立, antithesis)·종합(綜合, synthesis)이다. 이 도식은 하나의 주장이 제시되고, 그것과 대립하는 주장이 나타나며, 두 입장의 대립을 넘어서는 새로운 입장이 형성되는 과정을 간략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이 도식을 헤겔 변증법의 보편적 공식으로 간주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헤겔의 논리적 전개는 언제나 외부에서 주어진 정립과 반정립을 결합하는 세 단계의 절차로 진행되지 않는다. 오히려 하나의 규정이 자신의 내적 한계를 드러내고, 그 한계에서 새로운 규정이 발생하는 방식이 핵심이다.
칸트의 철학에서 정립과 반정립은 다른 맥락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에서 이성이 세계 전체와 같은 무조건적인 대상을 완전히 인식하려 할 때 발생하는 이율배반을 분석한다. 여기서 정립과 반정립은 각각 논증 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상반된 주장이다. 칸트의 목적은 이 두 주장을 단순히 종합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대립이 발생하는 이성의 구조와 인식의 한계를 비판적으로 밝히는 데 있다.
따라서 정립·반정립·종합은 변증법을 입문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유용한 설명 도식일 수 있지만, 고대 변증법과 칸트의 이율배반, 헤겔의 논리학, 마르크스의 사회변동론을 모두 동일한 공식으로 환원해서는 안 된다.
2. 변증법의 철학사적 전개
1) 고대 그리스 철학: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변증법
고대 그리스에서 변증법은 주로 대화와 논박을 통해 개념과 주장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방법으로 발전했다. 소크라테스는 상대방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믿음을 질문으로 검토하고, 그 믿음이 스스로 모순되거나 충분히 정당화되지 못한다는 점을 드러냈다. 이러한 방법은 흔히 소크라테스식 문답법 또는 산파술이라고 불린다.
소크라테스에게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논쟁에서 이기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관해 실제로 무엇을 알고 있는지 검토하는 일이었다. 예컨대 ‘용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구체적인 용기 있는 행동을 열거하는 것만으로는 용기의 본질을 설명하기 어렵다. 변증법적 문답은 각각의 사례를 관통하는 공통된 의미를 탐색하고, 제시된 정의가 모든 사례에 일관되게 적용되는지 검토한다.
플라톤은 이러한 문답적 방법을 발전시켜 변증법을 감각적 의견에서 이성적 인식으로 나아가는 철학적 방법으로 이해했다. 특히 『국가』에서 변증법은 가설을 검토하고 그 근거를 추적하여 보다 근본적인 원리를 탐구하는 과정으로 나타난다. 후기 대화편인 『소피스테스』와 『파르메니데스』에서는 존재와 비존재, 동일성과 차이, 하나와 여럿의 관계를 분석하는 방법으로도 전개된다.
그러므로 고대의 변증법은 단순한 말싸움이 아니다. 그것은 개념의 의미를 정밀하게 규정하고, 주장의 전제와 결과를 검토하며, 사유가 스스로의 한계를 발견하도록 하는 철학적 탐구 방법이다. 다만 플라톤의 변증법을 헤겔의 변증법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플라톤이 대화와 개념적 구분을 통해 진리를 탐구했다면, 헤겔은 개념 자체의 내적 운동을 철학 체계의 중심 원리로 발전시켰다.
2) 칸트: 이성의 이율배반과 변증법의 비판적 의미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에서 변증법을 이성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설 때 발생하는 착각과 모순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다룬다. 칸트에게 이성은 주어진 조건을 넘어 더 근본적인 근거와 무조건적인 통일성을 추구한다. 그러나 이성이 가능한 경험의 범위를 넘어 세계 전체나 영혼의 본질과 같은 대상을 완전히 인식하려 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율배반(antinomies)이다. 칸트는 세계가 시간상 시작을 갖는다는 주장과 시작이 없다는 주장, 세계가 단순한 부분으로 구성된다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주장처럼 서로 대립하는 명제들이 각각 논증 가능한 것처럼 나타날 수 있음을 분석한다.
이때 칸트의 관심은 대립하는 두 주장을 단순히 결합하는 데 있지 않다. 왜 이성이 양쪽 모두를 정당화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지, 어떤 전제가 그러한 충돌을 발생시키는지, 인간 인식이 어디까지 정당하게 대상을 규정할 수 있는지를 밝히는 데 있다.
칸트의 변증법은 이 점에서 헤겔의 변증법과 구별된다. 칸트는 이성의 대립이 발생하는 조건을 비판적으로 분석하여 그 한계를 드러내려 한다. 반면 헤겔은 대립과 모순이 개념 자체의 불충분성을 드러내고 새로운 규정으로 전개되는 논리적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칸트의 변증법은 이성의 오류를 폭로하는 부정적 의미를 갖는 동시에, 이성의 사용 범위와 한계를 규정하는 비판철학의 중요한 방법이다.
3) 헤겔: 개념의 자기운동과 변증법적 논리
헤겔은 변증법을 철학적 논증의 한 방법에 한정하지 않고, 개념과 존재의 구조를 이해하는 근본적인 원리로 발전시켰다. 그의 『논리의 학』에서 개념은 외부에서 부여된 정의에 머물지 않는다. 하나의 개념을 철저하게 사유하면 그 개념이 전제하는 다른 규정이나 자신의 한계가 드러나며, 그 결과 새로운 개념적 규정으로 이행하게 된다.
헤겔의 논리학은 존재, 본질, 개념이라는 큰 구조를 통해 이러한 전개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순수한 존재를 아무런 구별도 없는 직접적인 규정으로 생각하면, 그것은 아무런 내용도 갖지 않는 순수한 무와 구별하기 어려워진다. 헤겔은 이러한 관계에서 존재와 무의 통일인 생성이라는 규정으로 나아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존재와 무를 단순히 동일한 것으로 선언하는 것이 아니다. 두 개념을 각각 독립적이고 완결된 것으로 파악할 때 발생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두 개념의 관계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규정을 도출하는 것이다. 변증법적 전개는 개념의 외부에서 임의로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는 과정이 아니라, 그 개념의 내적 관계와 한계를 해명하는 과정이다.
헤겔의 변증법은 이처럼 개념이 고정된 정의의 집합이 아니라 상호 연관된 논리적 체계의 계기라는 관점을 제시한다. 다만 개념의 논리적 전개가 실제 존재와 역사의 구조를 어느 정도까지 설명할 수 있는지, 각 단계의 이행이 필연적인지에 대해서는 철학적 논쟁이 계속된다.
4) 마르크스: 물질적 사회관계와 역사적 변증법
마르크스는 헤겔의 변증법을 비판적으로 계승하면서, 사회와 역사의 변화를 물질적 생산과 인간의 실천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헤겔의 변증법이 관념과 개념의 자기 전개를 중심으로 설명되는 데 비해, 마르크스는 인간이 자연과 관계를 맺고 생산활동을 수행하며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구체적인 조건에 주목했다.
마르크스에게 사회는 개인들의 의지나 관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생산수단의 소유, 노동의 조직 방식, 계급관계와 같은 물질적·사회적 조건은 인간의 삶과 의식에 영향을 미친다. 동시에 인간은 주어진 조건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실천을 통해 사회관계를 재생산하거나 변화시키는 존재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과 노동의 관계는 상호 의존적이면서도 이해관계의 충돌을 포함한다. 생산은 노동과 자본의 협력 없이 이루어지기 어렵지만, 생산물의 소유와 분배를 둘러싼 이해관계는 대립할 수 있다. 마르크스의 분석은 이러한 관계가 개별 행위자의 선의나 악의만으로 설명되지 않으며, 생산체제와 소유관계의 구조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마르크스의 변증법을 모든 역사적 변화가 필연적으로 하나의 최종 단계로 진행된다는 단순한 법칙으로 해석하는 것은 부정확하다. 마르크스의 저작 자체와 이후 마르크스주의 전통에서 변증법과 역사적 필연성의 관계는 다양하게 해석되어 왔다. 또한 변증법적 유물론이라는 체계적 명칭과 마르크스 자신의 구체적인 분석을 동일시해서도 안 된다. 마르크스의 변증법을 이해하려면 인간의 실천, 생산관계, 역사적 조건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그의 방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5) 아도르노: 동일성에 대한 비판과 부정변증법
20세기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철학자 테오도어 아도르노는 헤겔의 변증법을 계승하면서도, 개념적 사유가 대상을 완전히 포괄할 수 있다는 생각을 비판했다. 아도르노의 부정변증법은 대상과 개념 사이에 남는 차이, 즉 개념으로 완전히 포착되지 않는 대상의 비동일성에 주목한다.
인간은 대상을 이해하기 위해 개념을 사용한다. 그러나 개념은 대상의 여러 특성 중 일부를 선택하고 다른 특성은 배제한다. 따라서 대상을 특정한 개념으로 설명하는 일은 필수적이지만, 그 설명이 대상 전체와 완전히 일치한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을 ‘노동자’, ‘시민’, ‘학생’과 같은 범주로 규정할 수 있지만, 어느 하나의 범주도 그 사람의 삶과 경험 전체를 소진하지는 못한다. 아도르노의 관점에서 철학적 사유는 개념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개념이 대상을 완전히 지배한다고 생각하는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
헤겔의 변증법이 대립을 통과해 보다 구체적인 통일로 나아가는 운동을 강조한다면, 아도르노는 그러한 통일이 차이와 비동일성을 완전히 흡수해 버릴 위험을 비판한다. 따라서 부정변증법은 모순을 조급하게 해소하거나 모든 차이를 하나의 체계로 통합하기보다, 개념이 포착하지 못한 잔여와 고통을 계속 드러내려는 사유 방식이다.
3. 변증법의 철학적 의의와 한계
1) 철학적 의의
첫째, 변증법은 대상을 고립된 실체가 아니라 관계와 변화 속에서 이해하도록 한다. 어떤 사물이나 제도는 다른 사물과의 관계, 그것이 형성된 역사적 조건, 내부의 구조적 긴장과 분리하여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다. 변증법은 이러한 관계성을 분석함으로써 고정된 정의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을 해명한다.
둘째, 변증법은 개념과 이론의 자기비판을 가능하게 한다. 어떤 개념이 처음에는 타당해 보이더라도 그 개념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예외나 모순이 나타날 수 있다. 변증법적 사유는 이러한 문제를 단순한 외부의 반론으로 처리하지 않고, 기존 개념이 전제한 조건과 한계를 다시 검토하는 계기로 삼는다.
셋째, 변증법은 사회와 역사를 구조적으로 분석하는 데 기여한다. 사회적 갈등은 개인들의 의견 차이만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원과 권한의 분배, 제도적 관계, 생산과 노동의 조직 방식 등과 연결될 수 있다. 변증법은 표면적인 현상과 그 현상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적 조건 사이의 관계를 탐구한다.
넷째, 변증법은 철학적 비판과 실천의 관계를 성찰하게 한다. 사회의 모순을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현실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을 수 있다. 그 모순이 어떤 조건에서 발생하고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면, 기존 질서를 재검토하고 변화의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다. 다만 현실에 대한 비판이 구체적인 변화로 이어지려면 경험적 자료와 실천적 판단이 함께 요구된다.
다섯째, 부정변증법은 철학적 체계가 자신의 설명 능력을 과신하지 않도록 경계한다. 모든 것을 하나의 개념이나 이론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는 대상의 특수성과 차이를 지워 버릴 수 있다. 변증법은 개념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개념과 대상 사이에 남는 긴장을 지속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2) 철학적 한계와 비판
첫째, 변증법의 개념과 절차가 모호해질 위험이 있다. 변증법이 대립과 모순을 강조한다고 해서 어떤 대립이 중요한지, 어떤 모순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새로운 규정이 어떻게 도출되는지가 자동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논증이 없다면 변증법은 어떤 결과에도 사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설명 방식으로 전락할 수 있다.
둘째, 변증법을 역사 발전의 필연적 법칙으로 과도하게 해석할 위험이 있다. 사회적 대립이 반드시 더 높은 단계의 통일로 이어진다거나 역사가 미리 정해진 목표를 향해 진행된다고 주장하려면 별도의 근거가 필요하다. 실제 역사는 우연, 개인의 선택, 제도적 조건, 예측하지 못한 사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과정이다. 변증법적 설명이 이러한 요소들을 무시하면 역사적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할 수 있다.
셋째, 모순의 개념이 여러 의미로 사용된다는 문제가 있다. 형식논리학에서 모순은 특정 명제와 그 부정이 동시에 성립하는 문제를 가리키지만, 사회철학에서는 이해관계의 충돌이나 구조적 긴장을 모순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두 의미는 서로 연결될 수 있지만 동일하지 않다. 변증법적 분석에서는 논리적 모순, 개념적 불충분성, 사회적 갈등을 구별해야 한다.
넷째, 헤겔의 변증법은 개념의 논리적 전개와 현실의 구조 사이의 관계를 충분히 정당화해야 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개념에서 다른 개념으로의 이행이 논리적으로 설득력 있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현실의 사물이나 역사가 같은 방식으로 전개된다는 결론이 곧바로 도출되지는 않는다.
다섯째, 변증법적 설명은 경험적 검증을 대신할 수 없다. 사회적 현상을 구조적 모순으로 해석하더라도,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역사적 자료와 구체적인 인과관계의 분석이 필요하다. 변증법은 현상을 바라보는 이론적 관점과 분석 방법을 제공할 수 있지만, 경험적 증거와 논증의 요구를 면제해 주지는 않는다.
종합하면, 변증법은 모순을 무조건 긍정하거나 모든 대립을 하나의 결론으로 통합하는 방법이 아니다. 그것은 개념과 대상, 개인과 사회, 기존 질서와 변화의 가능성 사이에 형성되는 관계를 분석하고, 하나의 규정이 지닌 한계를 검토하여 더 충실한 이해에 도달하려는 철학적 사유 방식이다. 소크라테스에게 변증법이 문답을 통한 개념의 검토였다면, 칸트에게는 이성의 한계를 드러내는 비판적 분석이었고, 헤겔에게는 개념의 자기운동이었으며, 마르크스에게는 물질적 사회관계와 역사의 변화를 분석하는 방법이었다. 아도르노는 여기에 더해 어떠한 개념적 통일도 대상의 차이를 완전히 소진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참고문헌
- 송영진. (2009). 「플라톤의 『심포지엄』 나타난 에로스와 이데아의 변증법」. 『동서철학연구』, 51, 127–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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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순전. (2006). 「아도르노의 부정변증법 ― 헤겔 변증법 비판을 중심으로 ―」. 『헤겔연구』, 19, 69–102.
- 김부기. (2006). 「마르크스의 인본주의적 변증법」. 『세계지역연구논총』, 24(3), 33–51.
- 「변증법의 역사적 맥락에서 본 아도르노의 부정 변증법의 의의와 그 이론적 실천의 한계」. 『시대와 철학』.
주요 원전
- 플라톤, 『국가』(Politeia).
- 플라톤, 『소피스테스』(Sophist).
- 임마누엘 칸트, 『순수이성비판』(Kritik der reinen Vernunft).
-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정신현상학』(Phänomenologie des Geistes).
-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논리의 학』(Wissenschaft der Logik).
- 카를 마르크스, 『자본』 제1권(Das Kapital, Band I).
- 테오도어 아도르노, 『부정변증법』(Negative Dialekti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