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릴레마(Trilemma)란 세 가지 정책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을 의미한다. 경제학에서는 특히 물가안정, 경기부양, 국제수지 개선이라는 세 가지 거시경제 정책 목표 사이에서 발생하는 상충관계(Trade-off)를 설명할 때 사용된다. 정부와 중앙은행은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과 대외균형을 위해 이 세 가지 목표를 추구하지만, 한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이 다른 목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세 가지를 동시에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첫째, 물가안정(物價安定, Price Stability)은 물가가 급격하게 상승하거나 하락하지 않고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가가 지나치게 상승하면 화폐의 구매력이 떨어지고 가계의 실질소득이 감소하며 기업의 생산비용도 증가할 수 있다. 따라서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인상하거나 통화량을 조절해 총수요를 억제함으로써 인플레이션을 완화하려고 한다. 그러나 금리 인상은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경기침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 경기부양(景氣浮揚, Economic Stimulus)은 소비와 투자, 생산 및 고용을 확대해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정책을 의미한다. 정부는 재정지출을 확대하거나 세금을 인하하고,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인하하거나 유동성을 공급해 경기 회복을 유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으로 총수요가 지나치게 증가하면 물가상승 압력이 커져 물가안정 목표와 충돌할 수 있다. 또한 수입이 증가하면서 무역수지와 경상수지가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셋째, 국제수지 개선(國際收支改善, Improvement in the Balance of Payments)은 한 국가의 대외거래에서 발생하는 수입과 지급의 균형을 개선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경제정책에서는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고 흑자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국제수지를 개선하려는 경우가 많다. 이를 위해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수입을 억제하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경기부양을 위해 국내 소비와 투자를 확대하면 수입 수요가 증가해 경상수지가 악화될 수 있다. 반대로 수입을 억제하기 위해 내수를 지나치게 위축시키면 경기침체와 고용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국내 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하면 소비와 투자가 증가해 경기가 회복될 수 있다. 그러나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수입이 증가하고 물가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고 정부지출을 축소하면 물가상승률은 낮아질 수 있지만 소비와 투자가 감소하고 실업이 증가할 수 있다. 이처럼 한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이 다른 목표의 달성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 트릴레마의 핵심이다.
다만 물가안정, 경기부양, 국제수지 개선 사이의 상충관계가 언제나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환율제도, 국제 원자재 가격, 경제의 생산능력, 자본 이동, 재정 및 통화정책의 여건 등에 따라 정책 효과는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생산성 향상이나 수출 경쟁력 강화는 물가상승 압력을 크게 높이지 않으면서 경기와 국제수지를 함께 개선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이 관점에서의 트릴레마는 정부와 중앙은행이 물가안정, 경기부양, 국제수지 개선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추구할 때 정책 간 우선순위와 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경제 상황에 따라 어느 목표를 우선할 것인지 판단하고,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환율정책 등을 적절히 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참고로 앞서 설명한 국제금융의 삼위일체(Impossible Trinity)는 자유로운 자본 이동, 환율 안정, 독립적인 통화정책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별도의 트릴레마다. 이번에 설명한 세 가지 거시경제 목표의 상충관계와는 구분해서 이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