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레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안중근 장군의 일대기를 발레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이미 한 번 본 작품이지만, 다시 보니 오히려 처음보다 더 깊이 다가왔습니다. 역시 좋은 작품은 다시 볼수록 그 가치가 더욱 또렷해지는 것 같습니다.
공연의 시작에서 펼쳐진 평화로운 조선의 장면은 수려하고도 잔잔한 아름다움으로 마음을 울렸습니다.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조선의 풍경은 고요하면서도 따뜻한 감정을 관객에게 전해주었습니다.
게이샤 장면에서 발레리나들의 몸짓은 그야말로 ‘요염함’이라는 단어를 몸으로 표현해 낸 듯한 인상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절제를 놓은 발레가 보여주는 강렬한 분위기가 만들어내는 무용수들의 표현력이 돋보였습니다.
대한광복군과 일본군이 대립하는 장면은 가슴을 울리는 전율을 안겨주었습니다. 특히 OP석 방향에 설치된 사선 조형물을 활용한 액션 장면은 극 전체에서 가장 인상 깊은 연출 중 하나였습니다. 공간과 무대를 활용한 역동적인 움직임이 긴장감을 극대화했습니다.
자작나무 장면에서는 손가락을 자르고 태극기 아래에서 단결하는 연출이 등장하는데, 그 장면은 말 그대로 비장함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순간이었습니다. 무대 위의 분위기만으로도 그 결의와 각오가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줄을 이용해 안중근 의사의 구속을 표현한 연출 또한 인상 깊었습니다. 단순한 장치이지만, 인물의 처지를 상징적으로 잘 드러낸 장면이었습니다.
김아려 여사의 무용과 안중근과의 파 드 되는 그 상황이 지닌 비극적인 감정을 절절하게 표현해 냈습니다. 두 인물 사이의 감정이 춤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어 등장한 조마리아 여사의 안무와 독백 장면은 제 마음 깊은 곳을 흔들어 놓았고, 결국 눈물을 쏟게 만들었습니다. 그 장면이 지닌 울림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오래 남았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장면들과 마지막 엔딩에 이르기까지, 안중근 장군의 삶과 신념은 발레라는 장르를 통해 깊이 있게 표현되었습니다.
오늘 다시 한번 발레라는 예술의 정수를 느끼고 돌아왔습니다.
저는 발레라는 장르를 “천국의 춤을 인간이 훔쳐 와 추는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늘 공연은 그 생각을 제 마음속에 더욱 짙게 새겨준 시간이었습니다.
황홀한 아름다움과 재미, 감동, 그리고 슬픔까지 모두 느낄 수 있었던 공연이었습니다. 앞으로의 M발레단의 공연이 더욱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