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주의(nihilism)
삶과 감정의 풍요로움을 긍정하지 못하고 그것을 저주하는 사유 경향이다. 플라톤에 따르면 소크라테스는 “철학은 죽음에 대한 연습”이라고 했다고 한다. 육체에 들어오기 이전에 영혼이 순수하게 알고 있었던 이데아의 세계에 대한 갈망 때문이었다. 여기서 육체와 함께 펼쳐지는 삶의 세계의 풍요로움은 폄하되고 부정된다. 모든 허무주의는 육체와 감각에 대한 부정으로 이어진다. 삶을 긍정했던 동양의 임제나 서양의 니체가 육체와 감각의 긍정에 이르게 되었던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강신주, 『철학 vs 철학』(서울: 그린비, 2010), 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