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론적 경험론(transcendental empiricism)/초월론적 관념론(transcendental idealism)
‘초월론적’이란 용어는 어떤 주어진 것의 조건을 비판적으로 음미하는 태도를 가리킨다. 예컨대 사랑의 감정이 발생했을 때 어떤 조건에 의해 사람이 가능했지를 반성한다면, 이것이 바로 사랑에 대한 초월론적 반성이라고 할 수 있다. 칸트는 자신의 철학을 초월론적 관념론이라고 말한 바 있다. 표상이나 관념을 초월론적으로 반성하려고 했던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칸트가 관념에 몰입하느라고 경험 자체에 대해서는 초월론적 반성을 철저히 시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들뢰즌의 ‘초월론적 경험론’은 바로 이 대목에서 출현한다. 칸트가 경험을 원초적으로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한 반면, 들뢰즈는 경험을 다양하고 복잡한 조건들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라고 이해했다. 주어진 경험 자체를 초월론적으로해명함으로써 들뢰즈는 새로운 경험이 가능할 수 있는 조건, 즉 새로운 경험의 생성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었다.
강신주, 『철학 vs 철학』(서울: 그린비, 2010), 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