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truth)
서양 중세철학의 고전적 정의에 따르면 진리는 “존재와 사유의 일치”로 정의된다. 생각한 것을 바로 존재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중세철학에서의 신은 진리 자체로 사유될 수 있었다. 존재와 사유의 일치라는 정의에서 강조점을 존재에 두느냐 아니면 사유에 두느냐에 따라 상이한 진리 개념이 가능해진다. 존재에 강조점을 두면 존재에 부합되는 사유를 생산해야만 진리에 이를 수 있고, 사유에 강조점을 두면 존재를 사유에 입각해서 개조해야만 진리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타자에 입각한 사유와 자아에 입각한 사유, 혹은 유물론과 관념론 사이의 간극은 바로 여기서 출현하는 것이다.
강신주, 『철학 vs 철학』(서울: 그린비, 2010), 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