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의 마지막 훈련, 포병 재입영 대포사격 훈련.
사단의 모든 포병부대가 동시에 진행하는 훈련이다.
포병여단본부, 예하 4개 포병대대와 각 보병여단 2개 포병대(1개 포병대는 지원)가 참가했다.
또한 각 제대가 실시했던 동원훈련 때 참석하지 못한 동원예비군이 참석했다.
최초 계획은
훈련일수가 모자르기에, 훈련주간에만 참석하는 것이었는데,
훈련소집가능일이 추가/연장되어 훈련의 준비부터 함께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비상근예비군 최초로 전포분과 ‘주교관’이 되었다.
교육훈련 실습계획표를 작성하고, 포병여단의 교관 회의에도 참석했다.
실제로 훈련을 실시하기 전에
포병여단 주관의 실제 포탄사격 준비상태 평가도 실시했다.
덕분에
2023년 첫 눈은 사격준비가 완료된 105mm 포대 중앙에서 맞게 되었다.
흡사, 현역 시절 훈련 나와서 장갑차에서 맞던 눈이 떠올라 기분이 이상했다.
훈련 준비가 끝나고
이제 훈련을 나가는 일만 남았다.
실제 훈련/사격은 수,목,금요일이었지만
전개는 2일 전인 월요일에 실시했다.
화포는 전개 전주에 이미 훈련장 연병장으로 이동시켰다.
월요일. 훈련장에 도착하자마자
훈련준비 사열을 준비했다.
태양이 머리위에 있어도 추운 영하의 날씨, 준비를 하고 5시간을 기다렸지만
사열은 연기되었다.
화요일.
어제보다 더 추웠다.
아침 8시부터 준비했다. 실제로 사열 받은 것은 15시.
전날 사열(포병대대 전포)에서 나온 지적사항을 보완하여 대기했다.
실제 사열때,
포가 사격 중에 틀어지지 않도록 하는 ‘안전치호’를 강조했다.
좌우한계를 고정하는 것은 “F클램프”로,
상하한계를 지정하는 것은 “C클램프”로, 제작하지 않고 공구를 구매했다.
의외로 높은 분들이 좋아하셨다.
마치 보급품 같다고 신기해하셨다.
수요일. 훈련 1일차.
동원예비군이 입소하기 시작했다.
나의 임무는 총기/물자 지급반.
입소하는 예비군들에게 총기를 지급하고
총기지급반 일대를 정리하는 임무였다.
입소 후 점심을 먹고
증편식을 하고, 안보교육을 실시하고, 저녁을 먹고 하루를 마무리 했다.
목요일. 훈련 2일차.
오전에 잠시 핵화생방 교육을 하고
실질적인 주특기 교육을 시작했다.
이번 교육의 중점은, 실제 전장에서 어떻게 움직이는가 이다.
진지에 도착해서 포를 분리하고, 방열하고, 사격하고, 이동준비 하여 탑승하는 일련의 절차.
시범식 교육이 끝난 뒤에,
실제로 에비군들을 2 1/2 카고에 탑승시켰다.
교육 종료 후에에는
정찰병들과 함께 사격진지에 먼저 가서 포반 자리를 선정했다.
교육목적상 4개 포반을 각각 다른 색의 깃발로 선정하여
각 포차에 달려있는 깃발 색깔에 맞는 포반 자리로 유도하여 진지를 점령했다.
그리고,
또한번의 안전교육 후 바로 포차와 포를 분리하고 방열을 시작했다.
영하 10도에 임박하는 추위에서
4문의 포를 말 그대로 파묻기 시작했다.
얼어붙은 땅을 곡괭이와 삽으로 파내기 시작했다.
가신을 묻고, 수평을 잡고 사격방향 조정을 하고 물자를 정리했다.
3개 포는 그나마 땅이 평지라서
얼추 2시간 반 정도 파내서 묻으니 정확하게 자리를 잡았지만,
1개 포는 그야말로 비탈길에 포진지가 선정되어 아직 한참 작업했어야 했다.
이렇게도 파보고, 쟈키로도 수정해 보고 하지만 수평이 맞지 않아서
내가 건의했다.
“안되겠다, 차륜 높은 쪽의 땅으로 파내서 수평을 맞추자.”
가신을 접고 포를 이동시킨 후 타이어 접지면 쪽 까지 파내기 시작했다.
이렇게까지 수평을 맞추고 있는데, 뒤통수에 대고 어느 예비군이 궁시렁대면서 말했다.
“상사님도 예비군인데, 뭐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세요~?”
그래, 나도 예비군이지, 하지만 지금은 내가 주교관이고, 보직이 전사관이니깐, 포대 사격에 대한 책임이 있는 사람이니깐 열심히 한다, 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그저 뒤돌아보고 한번 웃을 뿐이었다.
엄연히 말하면, 비상근예비군은 책임질 수 있는 권한도 의무도 없는 존재들이다. 다만 ‘내가 군인이다’라는 자긍심과 ‘내 임무를 완수한다’라는 책임감으로 직무를 다할 뿐이다.
작업이 완료되지 않으니 포병여단장께서 직접 오셔서 직접 의견도 제시하셨다. 하지만 우리의 결론은 ‘어떻게든 포이수평을 잡아낸다’ 였기 때문에 현역과 비상근이 미친듯이 파냈다.
한참을 파는 중이었는데, 전포대장 측으로부터 포진지 위치를 알려달라고 하여 잠시 곡괭이를 놓고 각 포반별 위치를 사격지휘할 수 있는 좌표로 변환해서 알려드렸다.
결국은 미세한 오차가 있었지만 수평을 잡아냈다. 하지만 이미 해는 지고, 예비군들의 불만은 커질대로 커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해냈고, 예비군들을 먼저 막사로 복귀시키고, 제일 마지막으로 복귀했다.
금요일. 훈련의 마지막 날이자 포탄사격날이다.
새벽 4시에 기상해, 예비군은 6시반, 현역/비상근은 5시 반에 사격장으로 전개하였다.
행정반의 모두가 아침을 먹고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전사관으로서 첫 사격인지라 많이 긴장해서 밥을 먹지 못했다.
사격장에 전개하니, 엄청나게 추웠다.
그래서 포탄이 도착할때까지 차에서 기다렸다.
포탄이 도착하고, 여단별로 분류하여 내려서 보관했다.
아직은 일출 전이고, 3차안전통제관도 도착하지 않아
포탄을 조립하지 않고 잠시 대기했다.
해가 뜨고, 안전통제관도, 예비군들도 모두 사격장에 도착해서
포탄을 꺼내 조립하기 시작했다.
이때는 요술장갑이나 목장갑보다, 3M장갑이 훨씬 편하지만
어제 작업하면서 맨손이었던 예비군들에게 내가 가지고 있던 3M장갑 전부를 주는 바람에
현역 시절처럼, 맨손으로 10개의 포탄을 조립했다.
일단 나는 속도를 내서 조립을 시작했고,
인접여단 포반장이 이번에 처음 사격을 실시하는 초임하사 3명을 지도하면서 조립했다.
포탄이 조립되고, 각 포반별로 분배까지 끝이 났다.
그리고 1,2,3차 안전통제관에 의해 사격 전 점검을 실시하는데
기준포에서 문제가 생겼다.
어제 땅에 묻고 오늘 아침 동안 땅이 얼어붙어(나 어릴때 농부아저씨들은 땅이 숨이 숨쉰다는 표현을 썼었다) 포이수평이 뒤틀려버린 것이었다.
2차 통제관은 사격할 수 없다고, 할거면 포병여단장에게 보고하라고 하고,
3차 안전통제관(인접사단 포병대대 전사관)은 이 진지 경험제원상 이정도는 사격 가능하다고 했다.
4차 안전통제관(포병여단장)께서 오셨을 때도 사격 하지 않는 방향으로 말씀하셨지만
나와 인접 포반장, 3차 통제관, 그리고 다른 통제관도 기준포 사격이 가능하다,
이정도 수평이 나간 것은 교범상에도 문제가 없다. 라고 설득하여 사격을 하기로 했다.
후일담인데, 복귀해서 이 문제된 부분을 확인했을 때 ‘포이수평을 대략 잡는다’ 라고 써놓고는 각주를 추가하여 허용오차는 □□밀이다. 라고 작성해놨다. 처음 발견했을 때는 당황할정도로 놀랐지만 허용오차가 상식을 넘는 수준으로 넓었다. 이날 기준포는 허용 최대오차의 1/3 정도 오차였기에 다행이었다.
그래서 사격을 하려고 계속 준비하는 데, 기준포반장이 멘탈을 놓는게 눈에 보였다. 나도 전사관 데뷔 사격이라 초긴장 상태인데 이 인원도 ‘포반장 데뷔사격+2,3,4차 안전통제관의 무차별 폭격 같은 질문세례’에 정신을 놓는 듯 했다.
이걸 언제 파악했나면, 포신 각도를 측정하는 장비로 현재 포신 각도를 측정해야 하는데, 측정장비를 만지작거리기만 하지, 측정을 못하고 있는 걸 본 순간이었다. 심지어 손도 떨고 있다.(본인은 추워서 떨었다고 하지만, 그저 귀여울 뿐이지 뭐) 얼른 뺏어서 1단위 자리까지 맞춰서 건네주고 측정해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3차 안전통제관이 너무 매섭게 몰아붙여서 내가 나서서 읍소를 했다. ‘기준포반장이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임관해서 생애 첫 사격이다. 잘 부탁드린다’라고. 각각의 안전통제관에 따로 말씀드렸더니 옆에서 보는 내가 느껴질 정도로 기준포반장을 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뭐랄까…갈굼의 눈빛에서 지도의 눈빛으로??
이 와중에 사격지휘소에서 연락이 왔다. 장약온도가 얼마인지 알려달라는. 아차 싶었다. 얼른 뛰어가서 폐장약을 통에서 꺼내서 종이뚜껑에 넣고, 미리 상온에 적응시켜놨던 장약온계를 장약 사이로 꽂아 온도를 파악해서 보고했다. 이때 온도는 약 영하 11도 였다. 엄청 추웠다.
이렇게 저렇게 해서 준비를 하고, 초탄을 사격했다.
약협이 튀어나오고, 이동수정을 해야 하는데 여기서도 혼선이 빚어졌다.
각 통제관 + 포병대대장까지 오셔서 이동수정하러 포에 들어가는 시점을 다르게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내가 먼저 가서 확인하고 있는데, 기준포사수가 옆으로 오길래 자리를 내주고 확인했다.
수정탄 사격, 순조롭게 끝났다.
1포사격, 순조롭게 끝났다.
2포사격, 순조롭게 끝났다.
3포사격, 사격을 했는데 많이 빗나갔다.
수정값을 확인하자마자 포병여단장께서 3포로 오셔서 ‘이 포는 더 이상 사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씀하셨다.
솔직히 나는 동의 할 수 없었다.
관불난 것이 아니고, 수정값이 나왔으면, 다음 사격때는 수정해서 사격하면 되면 될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지만 이미 답을 정하고 오신 듯 하기에 아무 발언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3포의 남은 포탄을 기준포로 옮겨주고 이동했다.
4포사격, 불발상황이 발생했다.
격발을 했지만, 포탄이 발사되지 않았다.
재격발을 하고 몇분간 기다렸다. 인접 통제관, 각 포병대장, 포병대대장, 여단장까지 4포로 모였다.
그래도 발사되지 않자, 나와 인접 포병대 반장(직책은 포반장인데 계급은 상사)이
불발포로 가서 공이를 해체했다.
결과는 공이뭉치의 격발핀 파손, 약협에는 공이자국이 보이지 않아서
예비 공이뭉치로 교환하여 재사격을 실시하기로 했다.
다시 격발, 사격이 완료되었다.
다시 1포로 이동하려는데
옆에 계시던 포병여단장께서 ‘105mm 사격 이상하다고, 이상하다’라는 발언을 하셨다.
여단장님 입장에서는 아무 문제 없이 팍팍팍 하고 진행되는 것이 최선이시겠지만,
사격 간 어떤 문제라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이고, 실제 전장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지금의 상황이 문제될 게 없었다.
그냥 입다물고 지나갔어야 했는데, 여단장님께 위에 저 발언에 대한 답변을 하고 말았다.
“하나 하나 해결해가면서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라고.
포병여단장님은 별 말씀없이 다른 곳으로 가셨다.
2차 각개포 지명사, 모든 포가 순조롭게 사격을 완료했다.
마지막 기준포의 사격까지 완료되었을 때, 이제사야 나도 안도할 수 있었다.
나의 전사관으로서의 첫 사격(임무)가 완료되었구나. 하고.
사격은 끝났지만, 아직 훈련은 끝나지 않았다.
화포의 부대이동을 마무리하고, 주둔지로 복귀했다.
가지고 온 물자들을 정리하면서 예비군들을 퇴소식 현장으로 보냈다.
물자도 거의 다 싣고, 기본적인 정리만 하고 주둔지로 복귀하니 어느 덧 19시, 정리하고 퇴근하니 20시를 넘기고 있었다.
토요일. 훈련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못다한 담당구역 청소와 함께 훈련물자 인수인계 준비를 하였다.
이 날, 나는 비상근 예비군 복무 처음으로 부대 상용트럭(수동변속기차량)을 운전해서 이동했다.
이로서 코란도, 스타리아, 상용트럭, 전투트럭, 화포견인차량을 운전해 볼 수 있게 되었다.
다음 주 수요일. 인수인계를 위해 다시 훈련장으로 돌아왔다.
마지막으로 생활관 별 과부족 물자현황을 파악하고
모자른 물자의 생활관은 물자가 넘치는 생활관으로 옮겨 전체 수량을 맞추어놓고
훈련주관부대 주임원사가 관리부대에 확인받고
물자를 넘기는 것으로 훈련의 마무리가 되었다.
장기비상근 복무를 하면서 포병 병과를 부여받고 나온 두번째 사격이었다.
첫번째는 포반장 임무수행을 했었다.
하지만 포반장은 하나의 포를 책임지는 자리여서 실제 나의 보직과는 임무가 달랐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사관의 임무를 받고 제대로 사격한 첫번째 훈련이었다.
내년에는 올해 두 번의 사격을 토대로 완전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구상을 해봐야 겠다는
깊을 생각이 들며 훈련이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결과보고서 작성이 남았지만, 그것은 내가 할 수 없는 지휘관의 몫)
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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