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모집 공고가 올랐다.

2024년은 올해보다 더 많은 부대에서 장기비상근예비군을 운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지금 내가 복무하고 있는 사단의 전체 TO는 줄어들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결국 그렇게 되었다.

특히 내 보직은 이제 2자리 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그래도, 2024년 복무를 위한 지원서를 작성하고 제출했다.

이번에 특이한 점 하나는
올해 근무했던 장기 비상근예비군은 면접 대신에 근무평정으로 평가를 대신한다는 것.

나는 처음 지원했을 때 부터 불안했다.
보병 병과 부사관은 처음부터 선발직책에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 장기비상근예비군에 선발되서 다행이고 기뻤다.
두번째 선발되었을 때는, 근무일수 100일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1년차 복무했을 때는 그저 신나고 재미나기만 했다.
2년차 복무 중인 지금은, 군의 현실을 정면에서 마주보며 하루하루를 같이 겪어내고 있는 중이다.

올해 선발에는 유독 걱정이 많았다.
들리는 이야기들도 많았고, 높은곳에서 들리는 소문도 많았다.

특히 이번에는 행정보급관 보직을 지원했던 터라,
기대와 더불어 불안도 늘었다.
지금 보직을 3순위에 지명하는 것을 사유로 ‘아예 비선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그런 걱정.

그렇게 날은 지나고, 발표날이 되었다.
나는 지금 하고 있는 보직 그대로 선발되었다. 근무일은 100일.

재선발이 된 것은 기뻣지만, 행정보급관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컸다.

내가 선배들에 비해 부족한 점이 무엇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때가 많아졌다.

정보중대 행보관으로 선발되신 선배는 현역에 특공에서 복무하셨었다.
포병대 행보관으로 선발되신 선배는 현역 주특기도 포병이셨다.

‘기계화보병’이라는 ‘보병’ 도 아니고 ‘기갑’도 아닌 정체불명의 희소병과 출신에,
장갑차, 기관총, 박격포, 대전차유도미사일을 운용했던(하지만 기록으로는 기보분대장)의 이력은
지원했던 보직에는 적격이지 못했던 것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행정보급관을 지원했던 두번째 이유는 근무일. 100일의 약 2배의 근무일.
이왕 군복을 입고 군에서 일을 하는 거라면, 더 많은 시간 함게하면서 최소한의 전투준비를 해놓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심’이 스스로 나를 불안으로 밀어넣었던 듯 하다.

거기다가 이번엔 사단 내부 보직 심의 또한 많이 늦어졌다.
사단내 보직이 바뀔거라는 얘기를 듣고 나서는 더 고민이 많아졌었다.
무언가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일정이 늦춰졌지만 내부보직까지 정리되었고,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내년에도 복무하게 하게 된 다는 것이 최종 확정되었다.

그래서 이리저리 뱅황하던 나의 고민도 멈추게 되었다.

고민해봤다. 내가 매년 선발때마다 이렇게까지 마음을 졸이면서 고민하고 불안해하는지.

근본적인 문제. 지금 내가 있는 이 자리는 본래 나의 자리가 아니라는 제1원인.
이 자리는 ‘포병 상사’의 자리이다. ‘보병 상사’는 유사주특기 목록에서 조차 없기 때문에

‘창설인원 + 사단에서 육성한 마지막 포병병과 비상근 예비군’이라는 이유로
계속 선발되었다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고민을 하는 것도 선발되었기 때문에 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우리 여단과 다른 한 여단은 TO가 줄어들면서
더 이상 복무할 수 없는 인원도 발생했다. 그들에 비하면 나는 훨씬 나은 조건(’24년 선발)이지만

이번 선발을 기다리고, 결과를 보면서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에 대해서 다시 한번 겪고 깨닫고, 경계하고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2024년에는 어떻게 복무해야 할 지 마음을 다잡아야 할 시즌이다.
불안과 걱정은 내려두고, 내가 해야 할 일을 해내야 할 시즌이 말이다.

지금의 내 자리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을 해내는것.
기초의 기초부터, 당위의 당위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올해를 잘 마무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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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장기 비상근예비군 1기. 이 제도가 어떻게 되는지 두 눈으로 보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고 다시 한 번 군에 투신한, 두번째 복무를 불태우는 중년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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