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색대대에 왔는데, 아무도 특공무술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정말 단순하게,
‘그럼 내가 배우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내가 사는 동네의 특공무술 도장의 문을 두들겼다.

다행히,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도장의 관장님은

또 정말로 운이 좋게도 부사관 출신이셨다.
지금의 내가 처한 상황을 너무나 깊게 공감하고 이해해주셨다.

군용 특공무술을 배울 수 있는 길이 없는 상태에서
한줄기 빛과 같았다.

그래서 특별히 수업을 해주시기로 했다.

 

#1 군 특공무술
첫번째 챕터, 군 특공무술 기본동작들을 배웠다.
배운것들을 잊지 않기 위해 동영상을 찍어놨다.
수업이 끝나고 돌아와서 다시 보는데, 어색하고 어정쩡하고, 이도 저도 아닌 그저 흉내내기 같았다.

 

#2 군 특공무술
두번째 챕터, 군 특공무술 기본발차기를 배웠다.

 

#3 군 특공무술
대검을 잡았다. 바로잡고 돌려잡은 상태에서 하는 베기와 찌르기를 익혔다.
여기까지의 수업이 끝난 후,
치명적인 의문점이 발생했다.
예비군인 내게, 특전사령부는 단증을 발급할 수 있나?
주변의 그 누구도 확답할 수 없었다.
그러면, 라이센스를 위해서는 내가 노선을 변경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4 민간 특공무술
다시 처음부터 시작했다.
기본자세와 기본동작.
새로운 자세를 배웠는데, 이제는 쉽게 외어지지가 않는다.

 

#5 민간 특공무술
수기공격, 수기방어, 발차기, 발차기, 연속족기술, 연속족기술
한꺼번에 많은 것을 배우기 시작했다.
더불어 기본자세까지 복습. 그래도 조금씩 머리속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술을 하는 동안은 머릿속이 맑아지고 기분이 좋아졌다.

 

#6 민간 특공무술
수기공격, 수기방어, 발차기, 발차기, 연속족기술, 연속족기술 숙달.
이제 많은 동작들이 머릿속에서 뒤섞이기 시작했다.
어지러울 정도로. 하지만 내가 하겠다고 한 무술이니 내가 마무리를 짓겠다는
의지 또한 커져갔다.

 

#7 민간 특공무술
기본 기술들을 계속 복습해가면서
특공기본형을 배우기 시작했다.
마치 예전 태권도의 기본동작 같은 느낌이랄까?

 

#8 민간 특공무술
특공기본형의 모든 형을 익히고,
형의 종합판 같은 특공형을 배우기 시작했다.
여기서 하나의 차이점을 느꼈다.
군의 특공무술은 정말로 ‘무술’의 뉘앙스가 강했다면,
민간의 특공무술은 ‘무도’의 뉘앙스가 강하다는느낌.

 

#9 민간 특공무술
기본자세와 형이 끝나고, 호신술을 배우게 되었다.
손목빼기, 손목꺽기, 유술 등 유술과 관계없던 나의 인생에
훅하고 들어왔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 유술이라니! 유술이라니!

 

#10 민간 특공무술
이제 승단심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까지 배운 모든 것을 연습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악! 하는 통증과 함께 왼쪽 허벅지 뒤쪽에서 휘청이게까지 하는 통증을 느꼈다.
아예 발차기가  허리 이상의 높이로 찰 수가 없게 되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어떻게든 승단심사를 본다, 불사질러 보자. 라는 마음만 남았다.
어떻게든 연습을 마쳤고, 심사 전일 22시까지
관장님을 귀찮게 해드린 것 같지만, 마지막까지 한번이라도 더 연습을 강했했다.

 

#11 민간 특공무술: 승단심사
드디어 심사날이다. 애기는 처갓집에 잠시 맡기고, 가족을 출근 시킨 다음에 심사를 하는 본관도장(?)에 도착했다.
아이들도 있었고, 아이들의 학부모도 있었다.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도복에 몹시 짧은 빨간 띠를 멘 아저씨가
신기한듯이 쳐다길래 가볍게 목례했다.
도장에 올라가서 관장님들께 인사드리고 심사보는 곳에 들어섰다.
아이들도 있었지만 중고생들도 있고, 나보다 고단자도 있었다.
잠시 뻘쭘해서 허허허…하고 있었지만, 나도 수련자다. 라는 마음가짐으로 아이들 사이에서 한번 더 모든 과정을 연습했다.
심사 시작.
고단자 심사를 시작으로 초단자 심사의 순서로 이뤄졌다.
고단자들은 공중낙법, 장검, 대검, 봉, 몽둥이 등 다양한 무기와 엄청난 가짓수의 유술을 뽐냈다.
나도 반드시 저 경지에 오르리라, 하며 바라보며 내 순서를 기다렸다.
첫번째, 체력측정
응? 체력측정? 나의 예상에 없었던 첫번째 과제였다.
뱃살나온 97kg의 아저씨에게 팔벌려뛰기, 버핏테스트, 뛰어 무릎 가슴닿기는
시작부터 엄청난 과제였다.
두번째, 기본자세와 발차기
아이들의 기본자세 속도는 엄청났다.
미쳐 따라가기 벅찰 정도라서 너무나도 당황했다.
늦더라도 어쩔 수 없다. 심정으로 차분히 하려고 했지만 나는 이미 너무나도 당황한 상태였다.
발차기는 뭐 지정한 발차기를 미트로 갖다대면 내가 차는 방식이었다.
이미 뜀뛰기와 기본자세까지 하면서 긴장도도, 고통도 계속 커지고 있던 허벅지 였지만
이번만 참으면 된다는 각오로, 발차기까지 마쳤다.
세번째, 기본형
연속수기술, 연속족기술은 두세명씩 하면서 심사를 보는 방식이었다.
나는 제일 마지막에 다른 한명과 함께 둘이서 하게 되었다.
여기서 1차 실수, 연속족기술을 해야 하는데 방금 했던 연속수기술을 시작하고 말았다.
멈추고 인사 후 다시 연속족기술을 시전했다.
그다음에 실시한 특공기본형.
다행히 안틀리고 잘 해낸 듯했다.
네번째, 특공형
여기까지 왔을 때 이미 다리의 고통을 최고조에 이르고 있었다.
열심히 다리를 주무르고 있는데,
관장님이 내게 와서, ‘특공형은 아무래도 혼자 시키실 것 같다’라고 귀띔해 주었다.
혼자?
흐어어….
내 순서가 되었다.
이를 악물었다.
3주동안 부대 출근도 안하고 몸에 박아놓으려고 노력했던 그 동작들을 해내려고 노력했다.
순간순간 다리가 멈추고,
몸이 아프니깐 특공무술 시전 중에 16년동안 해왔던 태권도의 동작이 섞인(특히 앞굽이)
중간에 잠깐 통증이 사라진 몇 초가 있었는데
심사관, 관장님, 아이들, 학부모들이 모두 조용한 가운데
내 도복의 허공을 가르는 소리만 드렸다.
마지막 기합과 함께 특공형을 끝까지 해냈다.
심사관들이 박수를 쳐 주셨다.
이게 다행인건지, 아닌건지…
이제 마지막 하나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다섯번째, 유술
유술 또한 나 혼자 심사가 진행되었다.
다행히 도장의 사범 한 명이 방어자가 되주셔서 든든했다.
손목빼기, 손목꺽기, 유술 등 열 가지가 넘는 기술을 선보였다.
어설픈 부분이 많았지만, 방향과 의미는 최대한 나타내려고 노력했다.
들어오면서, 이제 끝난건가…하고 있었는데
체조가 남았다고 한다.
여섯번째, 마루체조
고단자부터 유급자까지 일렬로 서서
급수에 맞는 체조를 하였다.
나는 두 가지, 앞으로 손짚고 뒤로 돌기와 장애물 공중낙법 이었다.
첫번째 동작을 할 때 ‘한 번에 끝낸다’는 생각으로
양손을 정면 바닥에 짚고 일부로 한쪽다리씩 뒤로 돌려차서
나름 예뻐 보이는 자세로 돌았다.
다리통증은 이미 뭐 어쩔 수 없는 상태였다.
다른 분들에게도 보였는지 두번째 뒤돌기를 할 때는 옆으로 빼주셨다.
응시자들은 두 번째 장애물 공중낙법.
어린 친구들이 뛰는데 내가 뒤로 물러나 있으니 챙피했다.
마치 나이가 많아서 우대받는 듯한 기분까지 들었다.
그래서 내가 직접 관장님께 가서 딱 한번만 넘겠다고, 똑같이 심사 보겠다고 말씀드려서 허락을 받았다.
내 장애물은 사람만한 박스 6개.
한 번만 참으면 된다고 각오하고, 스텝을 맞춰 간격을 보고 뛰다가
날으는 곰처럼, 한번에 공중낙법을 성공했다.

비록 다른 응시자들 3번 할 때 2번밖에 못했지만
그래도 남들과 똑같이 모든 과목에 응시하고 심사를 끝까지 마쳤다는 데에
스스로 뿌듯해하고 있었다.
나를 가르친 관장님도 열정이 보였다고 칭찬해주셨다.

이렇게 승단심사까지 마쳤다.

 

#ep 후일담
결국 나의 왼쪽 허벅지는 대형 파열(?)로 인해
엉덩이 밑에서부터 무릎 내측까지 피멍이 들고 말았다.
쉽게 말하면 쩔뚝이가 된거지.
심사를 본지 벌써 3주가 되어 가지만, 아직 멍이나 통증이 남아있다.
상비예비군 임무수행 때문에 시작했지만
나는 원래 무도를 좋아하는 사람이었구나 – 라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일정이었다.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수련할 것이고
군 특공무술과, 민간 특공무술 전부를 배워야 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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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장기 비상근예비군 1기. 이 제도가 어떻게 되는지 두 눈으로 보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고 다시 한 번 군에 투신한, 두번째 복무를 불태우는 중년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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