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료(hylē, matter)
질료는 고대 그리스에서 형상, 즉 에이도스(ēidos)라는 한정 혹은 규정을 받아들여 사물을 생성하는 무규정적이고 유동적인 물질로 이해되었던 것이다. 에이도스가 가해져 한정이 된다고 하더라도 질료는 자신이 가진유동적인 힘에 의해서 한정을 벗어나려는 경향을 띤다. 현대 화학에서 이야기하는 엔트로피 개념은 질료의 이런 성향을 포착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동양의 질료 개념인 기(氣)는 서양의 질료 개념과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기는 무질서에서 질서로, 혹은 질서에서 무질서로 가려는 리드미컬한 운동을 하기 때문이다.
강신주, 『철학 vs 철학』(서울: 그린비, 2010), 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