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le pli, the fold)
20세기 프랑스철학의 저변에 깔려 있는 근본적인 사유 이미지이다. 이 이미지에 따르면 모든 존재는 타자와 마주쳐서 생긴 주름을 가지고 있고, 앞으로 만날 타자에 의해 또 다른 주름을 기대할 수 있는 존재이다. 주름을 뜻하는 ‘pli’라는 글자가 들어 있는 두 단어만 생각해 보자. 함축을 의미하는 ‘implication’과 설명을 의미하는 ‘explication’이 바로 그것이다. 글자 그대로 ‘implication’은 ‘안으로(im=in)으로 주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리고 ‘explication’dms ‘은 ‘밖으로(ex=out) 주름을 펼치는 과정’을 의미한다. 모든 존재들이 안으로 주름을 만들고 밖으로 그 주름을 펼치는 과정에 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메를로-퐁티나 들뢰즈가 모두 공유하던 기본적인 사유 이미지였다.
강신주, 『철학 vs 철학』(서울: 그린비, 2010), 905-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