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인 것(Politischen, the Political)
칸트는 과학적인 것, 미적인 것, 윤리적인 것을 범주적으로 구분했다. 그에 따르면 과학적인 것의 범주는 ‘참과 거짓'[眞僞], 미적인 것의 범주는 ‘아름다움과 추함'[美醜], 윤리적인 것의 범주는 ‘선함과 악함'[善惡]이다. 여기서 칸트는 정치적인 것의 범주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해 그는 정치적인 것도 사실 ‘윤리적인 것’의 범주로 환원해 버린 것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정치적인 것’은 과학적인 것, 미적인 것, 윤리적인 것과 범주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하는 정치철학자가 등장한다. 그가 바로 슈미트이다. 그에 따르면 정치적인 것의 범주는 ‘적과 동지’였기 때문이다. 슈미트에 따르면 ‘적과 동지’라는 구분, 그리고 동지의 연대의식이라 적에 대한 적대의식이 작동하는 순간, ‘정치적인 것’은 사라질 수 없다.
강신주, 『철학 vs 철학』(서울: 그린비, 2010), 903-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