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색대대라면 피할 수 없는 급속헬기하강훈련

장기상비예비군에 지원하여 수색대대 저격반장으로 보직되어 임무수행 한 지 벌 써 두 번의 계절이 지나고 있다.

짧은 시간동안
독도법, 방향유지, 통신장비, 화력유도 등 수색대대 요원으로 임무수행 할 시 필요한 전투기술들을 다시 배우고 상기시키는 시간을 가졌다.

거기에 더하여
저격반의 전투수행 및 저격/관측술을 전방 사단의 수색대대에 부탁하여 배워오기도 하였다.

이렇게 수색대대에 맞는 전투기술을 익히다 보니 피할 수 없는 훈련이 다가왔다.
급속헬기하강, 일명 패스트로프 훈련. 공중강습을 위해서는 반드시 익혀야 하는 전투기술이다.

사실,
공중강습작전 중 착륙 방법은 지상착률이 원칙이다.
그러나 산악, 급경사, 늪지대, 기타 장애물 등 헬기의 지상착륙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헬기로프하강(Helicopter Rappel)’ 또는 ‘급속헬기로프하강(Fast Rope)’을 해야 하기 때문에 수색대대 요원들에게는
반드시 익혀야 하는 기술이다.

그 기술을 나도 현역과 함께 배울 수 있게 되었다.

 

전개1. 모형탑 훈련1 

실제 헬기 탑승 훈련 전, ◇◇ 기동대대에서 진행하는 모형탑 훈련에 참가했다.

부대 주둔지를 오가면서 이제는 사용할 수 없는 우리 모형탑을 보았었기 때문에 지상에서 올려다 보는 느낌도 익숙할 줄 알았지만,

나의 오산이었다.

두꺼운 로프를 걸고 교관이 올라가 있는 모습에, 바로 앞에서 올여다 보는 모습의 위압적이기까지 했다.
나도 모르게 움츠러들고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없다고 생각했던 고소공포증이 발현되려는 기분마저 들었다.

앞서 기동대대 인원들이 모형탑에 올라 하강하기 시작했다.
신병 몇 명을 제외하고는 다들 안정되게 하강했다.

이제 우리의 차례.
모형탑을 오르는 내 다리는 긴장으로 떨리고 있었다.
11m.
막상 대기석에 서니, 새삼 높아 보였다.
앞선 중대장님이 강하하고, 모형탑 끝에 걸쳐 앉았다.
로프를 잡고, 발 아치에 걸고, 떨리는 마음을 다잡고 엉덩이 한 쪽을 바깥으로 돌려 앉았다.
“예상사 이진혁, 하강 준비 끝!”
그리고 강하.

얼추 그럴 듯하게 강하 했지만 착지에서 약간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고 기동대대 교관이 알려주었다.
그래서
네 번 더 모형탑에 올라 강하 연습을 실시했다.
마지막 다섯번 째 강하에서는 상박의 힘이 빠지면서 완전제동을 하지 못하고 지면에 착지하기까지 했다.

 

전개2. 부족한 부분에 대한 개인훈련

첫 번째 모형탑 훈련을 마치고, 내 부족한 부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근본적인 문제는 전역날까지도 70kg를 넘지 않았던 날렵한 몸은 십여년 간의 직장인 생활을 겪어내다 보니 30kg 정도 불어난 90kg+ 가 되어 있었다.

이 불어난 몸을 버텨줄만한 팔의 힘이 부족해서 결국 마지막 강하 때 제동을 하지 못한 것이 나의 판단이었다.

두 번째 문제는

이제는 불혹을 넘긴 나이라는 숫자와 딸아이의 아버지라는 것을 잊지 못해
강하 하기도 전에 겁을 먹었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을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대통령 선거 직후에 실 헬기 급속헬기하강 훈련이 예정된 것이다.

그래서 내가 발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고민 없이 바로 실행에 옮겼다.

1m 높이 철봉에서 매일 팔굽혀펴기 100회, 바로 거꾸로 매달려서 턱걸이 30회, 그리고 매일 3km의 달리기를 통해 몸에 힘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매일 빠짐없이 인터넷에서 급속헬기하강훈련 1인칭 시점 영상을 몇 번이고 반복시청하였다.

이런 과정을 통해 높은 곳에서의 하강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없애려 노력하였다.

그렇게 4주 후, 나는 부대원들과 함께 다시 모형탑 훈련장에 도착했다.

 

전개3. 모형탑 훈련2

이번 훈련은 ☆☆특공연대에서 진행되었다. 도착해서 보니 이미 많은 인원들이 앞서 모형탑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아, 그런데 이게 뭐지? 기동대대 모형탑보다… 대충봐도 훨씬 높았다.

거기에
저번 모형탑 훈련에는 플레이트 캐리어에 안전고리를 결박했는데,
이번에는 하네스를 착용하고 안전고리를 결박한다고 했다.

하네스와 함께 유격장갑까지 착용하니 또 다시 긴장과 두려움, 걱정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실패에 대한 걱정과, 실패했을 때를 목격할 부대원들의 평가도 무서웠다.

이런 걱정들을 어깨에 들쳐메고 가파른 모형탑의 꼭대기까지 올라왔다.

우와, 확실하게 기동대대에서 봤었던 풍경보다 확실히 높았다.
나도 모르게 “우아, 이거 무섭습니다.”라고 말해버렸는데
특공 교관께서 부드러운 말투로 할 수 있다고 격려해주셨다.

모형탑 끝에 앉고, 로프를 잡고 자세를 잡았다. 하늘 한 번 보고, 저 먼 풍경도 한 번 보고, 땅을 바라본 후에 외쳤다.
“예비역 상사 이진혁, 하강 준비 끝”, “하강”이라는 구령과 함께,

공중으로 뛰어올라 지상으로 강하했다.
땅에 거의 다다랐을 때 확실한 제동을 걸어주고 착지.

두 발이 땅에 닿으니 두려움과 걱정은 사라지고 해냈다는 자신감 만이 마음에 가득 찼다.
지상교관의 평가는 다 좋은데 다리만 조금 펴자, 였다. 그래 이정도면 좋다. 라는 마음이 크지만
실 헬기는 처음이라는 점에서 또다른 긴장이 몰려왔다.

 

전개4. 실 헬기 탑승 급속헬기하강

오전에 진행된 모형탑 훈련을 나름 성공리에 끝내고, 이제 실 헬기 훈련만 남은 상황.
헬기장에 올라 실제 헬기를 보니 또 걱정이 밀려 왔다.

나는 13쏘티의 첫번째 강하의 순서로 결정되었다.
착용한 장비를 점검하고, 앞선 쏘티의 강하가 끝난 후 헬기에 탑승했다.
나는 첫 번째 강하 순서였기에 의자에 앉지 않고, 헬기 바닥에 앉았다.

헬기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나의 긴장과 흥분도 고양되기 시작했다.

헬기가 공중에서 안정화 된 후, 기내교관의 지시에 맞추어 헬기 끝에 앉았다.
손을 뻗어 로프를 잡고 살짝 바깥으로 비틀어 앉았는데, 어라 교관의 강하 지시가 없다.
그래서 교관을 쳐다봤다. 나와 눈이 마주친 교관이 다시 한 번 강하 신호를 보내고, 알아들은 나는

로프 하나에 몸을 맡기고 하강을 시작했다.
헬기 하강풍이 있긴 했지만 강하에 방해가 될 정도 수준은 아니었다.

이전까지의 연습과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근력을 키우고 아직은 급박한 여유까지도 부려보았다.

문제 없이 착지 후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성공이다.
불혹이 넘은 나이에, 부상 없이 급속헬기하강에 성공했다는 결론을 결국 얻어냈다.

 

마무리. 공중강습훈련을 통한 상비예비군의 임무수행 영역의 확장

부대원들과 함께한 급속헬기하강 훈련이 마무리되었다.
이 훈련은 이번 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수색대대에서 임무수행하는 동안 끊임없이 숙달해내야 하는 전투기술이다.

그렇기에
공중강습작전이 가능한 요원이 되기까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마무리한 스스로에게 괜히 뿌듯했다.

또한
이번 훈련을 통해 내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고, 개선하는 과정에서
한 단계 더 수색대대 상비예비군에 걸맞는 부대원으로 거듭났다는 것에서 순백의 성취감을 얻었다.

비록
상비예비군은 위험근무수당의 지급 대상에 제외되어
헬기급속하강훈련을 수행하여도 수당은 나오지 않지만,
이제 처음이기 때문에 앞으로 제도개선을 통해 해결되리라고 믿어본다.

거기에
장기상비예비군의 임무수행 영역을 지상에서 공중까지 확장시키는 시작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듯 하다.
(특전예비군은 이미 완성되신 분들이라 논외로 하겠다 ㅎ)

이번에 있었던 문제들을 더 잘 다듬어,
앞으로의 패스트로프 훈련에도 참가해 더욱 능숙하게 숙달해야 겠다.

 

 

About Author

대한민국 장기 비상근예비군 1기. 이 제도가 어떻게 되는지 두 눈으로 보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고 다시 한 번 군에 투신한, 두번째 복무를 불태우는 중년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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