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신에 대해 계몽되지 않은 계몽 -헤겔 『정신현상학』의 근대적 주체성 비판-
Enlightenment unenlightened about itself -Hegel’s Critique of the Modern Subjectivity in Phenomenology of Spirit-
남기호
연세대학교
가톨릭철학
2021, vol., no.36, pp. 29-69 (41 pages)
한국가톨릭철학회
1. 서론: 헤겔의 계몽 개념
2. 감염 그리고 계몽과 신앙의 투쟁
3. 신앙의 패배와 계몽의 모순
4. 계몽의 자신과의 항쟁 그리고 유용성
5. 맺음말: 계몽의 결실
초록
헤겔은 계몽의 시대적 영향 속에 성장하고 발전한 철학자이다.
이 글은 『정신현상학』에서 서술된 헤겔의 계몽 비판을 프랑스 혁명에 대한 비판적 진단으로까지 분석하고자 한다.
헤겔에게 계몽은 전적으로 타자화된 세계에 대한 부정을 통해오직 순수한 자아를 확보하고자 하는 순수통찰의 확산으로 정의된다. 계몽은 우선 동일한 세계 부정을 통해 피안의 세계를 설정하고자 하는 신앙과의 투쟁을 전개한다. 이 투쟁에서 신앙은 패배할 수밖에 없다. 신앙 또한 계몽이 비판 척도로 삼는 순수 자기의식의원리에 이미 감염된 상태이기 때문이며, 계몽이 지적하는 유한과무한의 이원론적 원리 또한 신앙이 거부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순수 자기의식만 고집하는 계몽 또한 배타적 이원론에의존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헤겔이 보기에 계몽은 이러한 자기자신에 대해 계몽되지 않았다. 오히려 승리한 계몽은 이신론적 관점과 유물론적 관점으로 나뉘어 절대적 본질이라는 공통적 보편을확보하기 위해 항쟁을 계속한다. 그리고 이 항쟁에서 세계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까지도 유용성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된다. 이 관점에서 존재자의 고유한 즉자적 본질 같은 것은 없으며 모든 것은 타자를 위한 유용성에 따라 판가름 될 뿐이다.
한 마디로 계몽은 순수한 자기의 보편성이란 불순한 개별자들과의 매개를 통해서만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기에 이로부터 출발한 프랑스 혁명은 이미 공포정치의 사상적 요인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Hegel’s philosophy grew up and developed under the influence of the times of enlightenment. This article attempts to analyze Hegel’s critique of enlightenment in Phenomenology of Spirit with his critical diagnose of the French Revolution.
According to Hegel, enlightenment is defined as the spread of pure insight that seeks to secure only a pure self through negation of the entirely alienated world. Enlightenment first of all wages a struggle with faith that seeks to establish the beyond-world through the same negation of world. In this struggle faith is bound to be defeated, because it is already infected with the principle of pure self-consciousness which enlightenment sets as a criterion, and cannot resist the dualistic principle of finite and infinite pointed out by enlightenment.
However, enlightenment that insists only on pure self-consciousness, also relies on the same exclusive dualism. In Hegel’s eyes, enlightenment is not enlightened about itself. Rather, the victorious enlightenment is divided into a deistic and a materialistic point of view, which continue to struggle with one another to secure a common universal as the absolute essence. Thereby, it comes to see not only the world but also itself from the viewpoint of utility. From this viewpoint there is no such thing as the intrinsic essence of being in itself, and everything is judged only by the usefulness for the other.
In a word, enlightenment doesn’t realize that the university of pure self can be actualized through the mediation of impure individuals, and then, the French Revolution based on this enlightenment already has the idealistic factor of the Terreu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