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 노소 여인들이 서로 수군수군하며,

“에그, 저것 보아. 초취 ․ 재취 두 마님이 모두 오셨네. 그런데 그게 무슨 소릴까? 영감더러 하는 말씀이 이상도 하지. 그러니까 댁 아기를 그 마님이 데려갔구려. 누가 그대 뜻이나 했을까? 경 읽어 가두면 다시 세상에 못 나오는 줄 알았더니 경도 쓸데없어.”

이 모양으로 공론이 불일한데 이씨 ․ 박씨의 죽은 넋이 함진해의 산 넋을 다 빼갔던지 함진해가 금방울의 입만 물끄러미 건너다보고 두 눈에 눈물이 핑 돌며,

“허허, 무당도 헛것이 아니로군. 내가 베전 병문에서 회오리바람을 만난 것을 집안 사람도 본 이가 없고 아무더러도 이야기한 적도 없는데 여합부절로 말하는 양을 본즉 귀신이라는 것이 있기는 있는걸.”

하고 최씨더러 책망을 하는데 함진해 생각에는 예사로 하는 말이지마는 최씨 듣기에는 죽은 마누라 역성이 시퍼런 것 같더라.

“집안에서 나만 쌀쌀 기이고 못 할 짓이 없었군. 아무리 죽은 사람이기로 내 가속 되기는 일반인데, 어느 틈에 옥추경을 읽어 가두려 들었던고? 마음을 그렇게 독하게 쓰고서야 자식을 보전할 수가 있나?”

혀를 뚝뚝 차며 할멈 이하 여러 계집종을 흘겨보며,

“이년들, 아무리 마님이 시키기로, 내게는 한마디 고하는 년이 없고, 네 이년들, 견디어 보아라. 차후에 무슨 변이 또 있으면 그제는 한 매에 깡그리 때려 죽일 터이다. 너희년쯤 죽이면 귀양밖에 더 가겠느냐?”

최씨는 자기 남편의 하는 양을 보고 옥니가 뽀도독뽀도독 갈리며 강열이 바싹 치밀지만 부지중에 소원성취된 일 한 가지가 있어, 분한 줄도 모르고 설운 줄도 모르고 도리어 빌붙느라고 골몰중이니, 그 성취된 소원은 별것이 아니라 자기 남편이 무당이라면 열스무 길씩 뛰더니, 넋두리 한바탕에 고집세던 응어리가 확 풀어지며 깜짝 반하는 모양이라. 인제는 쉬쉬할 것 없이

펼쳐 내어 놓고 할 노릇을 한껏 해보겠다 하고 목소리를 서늘하게 눅여 가며,

“영감, 내가 다 잘못한 일인데 하인들 걱정하실 것 있소? 집안에 우환이 하도 떠나지 아니하기에 그러면 나을까 하고 지각 없는 일을 했었구려. 그러기에 여편네지. 그렇지 아니하면 여편네라고 하겠소? 이 다음부터는 집안만 편안하다면 이씨 · 박씨 두 귀신을 내 등에 업어 모시기라도 하리다.”

함진해의 위인이 이단(異端)을 물리치고 오도(吾道)를 존숭하는 도학군자(道學君子)라든지 원소(原素)를 궁구하여 물질(物質)을 분석하는 물리박사 같으면 물 같은 심계가 휘저어도 흐려지지 아니할 것이요, 산 같은 지조가 흔들어도 빠지지 아니할 터이지마는, 여간 주워들은 문견으로 점잖은 모양을 강작(强作)하여 무당 판수를 반대하던 것이, 첫째는 남이 흉볼까 함이요, 둘째는 인색에서 나옴이라. 실상은 의심이 믿음보다 많아 귀신이 있는 듯도 하고, 없는 듯도 하던 차에, 없는 증거는 보지 못하고 있는 증거는 확실히 본 듯싶어서, 어서어서 회사를 발기하든지 학교를 설립하든지, 고금이나 보조를 청구하면 당장 굶고 벗는 듯이 엄살을 더럭더럭 하여 가며 한푼 돈내기를 떨던 규모가, 별안간에 어찌 그리 희떠워졌는지 싸고 싸두었던 이전 찾아 벼 작전해 온 돈을 아까운 줄 모르고 펄쩍 날라다 별비를 써가며 무당 하는 대로 시행을 하는데, 눈치빠른 금방울이는 함진해의 하는 거동을 보고 새록새록 별소리를 다 지어내어 번연히 제 입으로 말을 하여 제 욕심을 채우면서도 저는 아무 상관 없는 듯이,

“이씨가 노자를 달라 한다.
박씨가 의복차를 달라 한다.
당집을 짓고 위해 달라.
달거리로 굿해 달라.”

하여 당장에도 빼앗고 싶은 대로 빼앗고 이 다음까지 두고두고 우려먹을 거리까지 장만하는데, 거죽 인심을 푹 얻어 놓아야 아무 중병이 아니 나겠다 하고 만득이 넋두리를 대미처 하며 나 업어 준 공으로 할멈은 무엇을 주고, 젖 먹여 준 공으로 유모는 무엇무엇을 주고, 삼랑이 · 은단이는 이것저것을 차례로 주라고, 어머니·아버지를 연해 불러 가며 부탁을 하여 파산선고(罷産宣告)당한 집의 판심하나 다름없이 집어내려 들더라.

싸리말·짚오쟁이에 홍양산수팔연을 갖추어 입담 좋은 마부놈이 마부타령을 거드럭거려 하며 호구별성을 모시고 나가는데, 그림자나 흔적도 없는 치행에 찾는 것이 어찌 그리 많은지 형형색색으로 섬길 수 없는 중, 대은전쾌를 지어 말원앙을 달아라, 세백목필을 채어 마혁을 달아라, 마량을 달라, 대갈갑을 달라, 요기차· 신발차 등속의 달라는 소리가 한끈에 줄줄 이었더라.

그전에는 최씨가 안잠 마누라를 데리고 역적 모의하듯 그대 소문란스럽소.”

“누구는 누구야요? 진위 상제님인지 누구인지, 날송장을 주무른 지가 석달 열흘도 못 되고서 아무리 대소가기로 무엇 하러 와서 대문이 닫혔으면 고만이지, 발길로 박차고 들어올 것이 무엇이란 말이오? 번연히 알며 심사부리는 것이지. 에그, 이 노릇을 어떻게 하나! 두 달 반이나 들인 공이 나무아미타불이 또 되었지. 삼신맞이를 하려면 번번이 이렇게 재앙이 드니, 우리 팔자에 자식이 아니 태었는지 삼신제왕이 아무리 점지하시려니 이 모양으로 인간 부정이 있으니까 괘씸히 보시지 아니할 수가 있나?”

함진해가 입맛을 쩍쩍 다시고 남 듣게 말은 아니해도 속종으로는 부인의 말을 조금도 반대가 없이 자기 사촌을 긴치 않게 여겨서,

“사람도, 지각날 나이 되었건만, 응! 글자가 그만치 똑똑하여 각색사리를 알 만한 것이 술곧 먹으면 방정을 떨어! 어, 방정을 떨면 제 집에서나 떨지, 내 집에까지 와서 왜?”

입맛을 또 한번 쩍쩍 다시고 앉았다가 소리를 버럭 질러,

“삼랑아, 네 나가서 보아라, 작은댁 상제님인지 누구인지 갔나, 그저 있나? 그저 있거든 내서 들어오지 말고 냉큼 가라 하더라고 일러라.”

삼랑이가 대답을 하고 중문간에를 막 나가는데 상제 하나가 추포중단에 새 방립(方笠)을 푹 숙여 쓰고 휘적휘적 들어오다가 삼랑이를 보고,

“영감 어디 계시냐?”

“아낙에 계신데, 밖에 상제님 오셨다는 말씀을 들으시고 들어오실 것 없이 바로 가시라 하셔요.”

“들어오지 말라고, 들어오지 말라고? 왜 들어오지 말라고?”

하며 삼랑이 말은 다시 대꾸도 아니하고 바로 안마루 위에를 썩 올라서며,

“형님!”

한마디를 부르더니 대성통곡을 드러내 놓으니, 함진해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며 어기가 질려 아무 말도 못 하고, 최씨는 독이 바싹 나서 아랫목에 앉았는 채 내어다보지도 아니하고 악만 바락바락 쓴다.

“왜, 와서 울어요? 왜 와서 울어요? 멀쩡한 집안에 왜 와서 울어요? 우리집에서도 초상난 줄 아시오? 아무리 대소가간이기로 깃옷을 입고 구태여 들어오실 것이 무엇이오?”

이 모양으로 수숙간 체통은 조금도 없이 무지막지하게 말을 하니, 전 같으면 함진해가 자기 부인을 적지않이 나무라고, 사촌의 우는 것을 좋은 말로 만류하였을 터이지마는, 사람의 심장이 변하기로 어쩌면 그렇게 변하였는지, 사촌이라도 친형제나 다름없이 자별하던 우애를 꿈에도 생각지 아니하고 영창을 메붙이며,

“이놈아, 내 집에 와서 울 곡절이 무엇이냐? 설우면 네 집 상청에서나 울지. 나이 사십이 불원한 것이 방갓귀를 쳐뜨리고 돌아다니며 먹을 것만 여겨 술만 퍼먹고 주정은 내게 와 해? 나는 네 주정받이 하는 사람이냐?”

그 상제의 선친은 곧 진해의 작은삼촌 함지평이라. 육십지년이 되도록 분호를 아니하고 백씨와 일문(一門) 동거하여 화기가 더럭더럭 하였고, 백씨 돌아간 뒤에도 그 조카 함일덕의 공부도 시키고 살림 뒷배도 보아 주느라고 곁집을 사들고 하루도 몇 번씩 큰 집에 와서 대소사 분별을 하여 주더니,

최씨가 삼취 질부로 들어온 후로 열 가지 일이면 아홉 가지는 뜻에 맞지 아니하여 한두 번 이르고 나무라다 점점 의만 상할 지경이라, 차라리 멀찍이 가서 살아 눈에 보고 귀에 듣지 아니하려고 진위로 낙향하였더니, 수토가

불복하여 그렇던지 우연히 병이 들어, 장근 삼 년에 신접살이 변변치 못한 재산이 여지없이 탕패할 뿐더러, 필경 백약이 무효하였는데, 그 아들 일청은 성품이 경직하여 사리에 조금이라도 온당치 아니한 것을 보면 듣는 사람이 싫어하든지 미워하든지 도무지 고기 아니하고 바른말을 푹푹 하는 터이라. 그 사촌의 심정이 변하여 범백처사(凡百處事)하는 양을 보고 부화가 열 길씩은 부풀어 올라오지마는, 자기 부친이 집안에 화기가 손상할까 하여 매양 만류함을 거역하기 어려워 꿀떡꿀떡하고 지내더니, 급상(急喪)을 당한 후 부고를 전인(專人)하여 보냈더니, 그 부고를 받아들이지도 아니하고 대문 밖에서 도로 쫓아 보내며, 상가를 통치 아니할 일이 있으니 아무리 박절하여도 백일이 지난 후라야 내려오겠다 말로만 일러 보내고, 초종(初終) 장례를 다 지내고 졸곡(卒哭)까지 지내도록 현영이 없는지라, 일청이 분한 생각대로 하면 성복(成服) 안이라도 뛰어올라가 손위 사촌이라 할 것 없이 한바탕 들었다 놓고 싶지마는, 행세하는 처지에 초상 상제가 상청을 떠날 수도 없고, 그러느라면 남에게 일문이 불목(不睦)하다는 비소도 받을 터이라, 참고 또 참아, 누가 종씨는 어찌하여 아니 내려오느냐 하게 되면 신병이 위중하니, 먼 곳에 출입을 했느니, 별별 소리를 다 꾸며 대어, 아무쪼록 뒤덮어 가며 그렁저렁 졸곡을 지낸 후에 질문 한번을 단단히 해보려고 벼르고 별러 올라왔더니, 자기 사촌의 집 대문을 닫아걸고, 천호만호(千呼萬呼)하여도 알고 그리했든지, 모르고 그리했든지 도무지 대답이 없다가, 노파가 마침 붉은 함지에 노란 식지를 덮어 머리에 이고 나오다가 자기를 보고 깜짝 놀라며,

“상제님, 무엇 하러 오셨습니까? 댁에 아기를 비시느라고 칠성 기우를 하시는데 백일이 한 보름밖에 아니 남았습니다. 들어가시지 말고 달이나 가시거든 올라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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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ey Network Architecture (JNA) 최종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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