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상한 일도 있어라. 예 없던 신그릇에서 방울이 딸딸 울며, 두 어깨에 짐이 잔뜩 실리더니, 제 집에 뫼신 호구 아기씨께서 인도를 하시기에 꿈결인지 잠결인지 한곳에를 가보았더니, 집 모양이든지 방 안 세간 놓인 것까지 영락없이 댁일세. 신통도 해라.”
최씨는 미처 대답도 하기 전에 노파가 한번 더 초를 쳐서 찰떡 반죽하듯 한다.
“꿈도 영검하셔라. 만신이 댁과는 적지 아니한 연분이시구려. 마님께서는 그런 현몽하신 바는 없으셔도 일상 마음이 절로 키어서 만신을 보시고 싶다 하셨다오.”
“만신의 나이 손아래일 듯하니 처음 보아도 서어하지 않도록 하게 하겠네. 지금 할멈도 말했지마는 어찌해 그런지 일상 만신이 보고 싶더니 좋은 일에 청해 오지 못하고. 에구에구…… 팔자 사나워 열 소경의 한 막대 같은 자식을 죽이어 궂은 일에 청하였네그려. 에구에구…… 끔찍스러운 일을 보고 모진 목숨이 살아 있기는 그 자식의 저승길도 맑혀 주려니와 더러운 욕심이 무슨 낙을 다시 볼까 하지, 에구에구…….”
하더니 노파를 부른다.
“할멈, 어서 배송 제구를 차려 놓고 사랑에 나아가 영감께 내 말로 여쭙게.”
“제구는 어제 다 장만한 것을 또다시 차릴 것이 있습니까마는 영감께 무엇이라고 여쭈랍시오? 걱정이나 듣게요?”
“걱정은 무슨 걱정을 하신단 말인가? 내 말대로 이렇게 여쭙게. 역질에 죽은 아이를 진배송을 아니 내어 주면 원귀(寃鬼)가 되어 다시 환토를 못할 뿐더러, 이 다음에 낳는 아기께도 길하지 못한 일이 생긴다니, 그것이 참말이나 거짓말이나 알고서야 그대로 있을 수 없습니다. 자세 자세 여쭙되, 처음에 걱정 좀 하신다고 멀찍이 돌아서지 말고 알아들으시도록 말씀을 하게. 그래서 정 아니 들으신대도 나는 그래도 시작하겠네.”
노파가 사랑으로 나아가 한나절을 서서 핀잔을 먹어 가며 어떻게 중언부언하였던지 함진해가 슬며시 못 이기는 체하고 드러누우니, 이는 노파의 말솜씨가 소진장의(蘇秦張儀) 같아 속아넘어간 것도 아니요, 이치가 그러한 듯하여 어기지 못하리라 한 것도 아니라. 어리석은 생각에 자기 마누라 뜻을 너무 거스르다가 감정이 더럭 나면 집안에 화기를 잃을 지경이라 하여 혼자말로,
“계집이라는 것은 편성(偏性)이라, 옳고 그르고 너무 억제하게 되면 저 잘못하는 것은 모르고 야속한 생각만 날 터이요, 또 요사이 몹쓸 경상을 보고 울며불며 하는 터이요, 나 역시 아무 경황 없어 세상사가 귀치 않다.”
하고 할멈의 말을 잠잠히 듣다가,
“아무 짓이든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게그려. 말리지 아니하네.”
노파가 그 말 한마디를 듣더니 엉덩이춤이 절로 나서 열 걸음을 한 걸음에 뛰어들어오며,
“마님, 인제는 걱정 마옵시오. 영감께서 허락을 하셨습니다. 만신, 마음턱 놓고 징, 장구 울려 가며 진배송이나마 산배송 다름없이 마님속이 시원하시게 잘 지내 주오.”
금방울이 신옷을 내어 입고 장단을 맞추어 춤 한바탕을 늘어지게 추다가 매암 한번을 뺑뺑 돌며, 왼손에 들었던 방울을 쩔레쩔레 흔들더니 숨 한번을 오려논의 새 쫓듯 위이 쉬고서 공수를 주되, 호구별성이 금방 온 듯이 최씨를 불러 세우고 수죄를 하는데, 세상 부정 모두 돌아다 함진해 집에다 퍼부은 듯이 주워섬긴다.
“어허, 괘씸하다! 최씨 계주(季主)야, 네 죄를 네 모를까? 별성 행차를 몰라보고 물로 들어 수살(水殺) 부정(不淨), 불로 들어 화살(火殺) 부정, 거리 거리 성화 부정, 아침저녁 주왕 부정, 사람 죽어 상문 부정, 그릇 깨져 악살 부정, 쇠털같이 숱한 부정을 아니 범한 것이 없구나. 앉아서 삼천리요, 서서는 구만리라. 너의 인간은 몰라도 내야 어찌 속을쏘냐. 어허, 괘씸하다! 네 죄를 생각거든 네 아들 데려간 것을 원통타 말아라.”
이때 최씨와 노파는 번차례로 나서서 손바닥을 마주 대어 가슴 앞에 높이 들고 썩썩 비비면서 입담이 매우 좋게 비는데,
“허하고 사합시사. 인간이라 하는 것이 쇠술로 밥을 먹어 아무것도 모릅니다. 여러 가지 부정을 다 쓸어 버려서 함씨 가중을 참기름같이 맑혀 줍소사. 입은 덕도 많삽거니와 새로 새 덕을 입혀 주사, 죽은 자식은 연화대(蓮花臺)로 인도해 주시고 새로 낳는 자손을 수명 장수하게 점지해 줍시사.”
금방울이 또 한번 춤을 추다 여전히 매암을 돌며 휘이 휘 소리를 하더니 황주 봉산 세청 미나리 곡조같이 노랑목을 연해 넣어 가며 넋두리가 나오는데 최씨 마음에는,
‘아마 만득이 넋이 돌아왔거니.’
싶어 제가 살아오나 다름없이 소원의 일이나 물어 보고 원통한 말이나 들어보겠다고 하고 바싹바싹 들어서더니, 천만뜻밖에 다시 오려니 생각도 아니하였던 귀신이 왔더라.
금방울의 두 눈에는 눈물이 더벅더벅 떨어지며,
“에그, 나 돌아왔소. 내가 이 집에 인연지고 시운진 내오. 에그, 할멈, 나를 몰라보겠나? 아, 삼 년 석 달 병들어 누웠을 때 단잠을 못다 자며 지성으로 구완해 주던 자네 은공, 죽은 넋이라도 못 잊겠네, 에. 침방에 있는 반닫이 안에 나 시집 올 때 가지고 온 은반상이 있으니 변변치 않으나, 그것이나 갖다가 내 생각 하여 가며 받아 먹게, 에. 에그, 원통해라, 아! 정
도 남다르고 의도 남다르더니 한번 죽어지니까 속절이 없고나, 아.”
이때 구경하는 집안 식구들이 제각기 수군거리는데 어떤 계집은,
“여보 형님 형님, 저게 누구의 넋이 들었소? 아마 재취 마님이지.”
어떤 계집은,
“아닐세, 은반상 해가지고 오셨다는 것을 들어 보게. 초취 마님이신 가뵈. 이별제 댁이 부자로 사시는 때문에 그 마님 시집 오실 제 퍽 많이 가지고 오셨다데. 재취 마님 친정은 억척 가난하여서 이 댁에서 안팎을 싸오셨는데 은반상이 다 무엇인가? 질그릇도 못 가져왔다네.”
어떤 계집은,
“아주머니 말씀이 옳소. 영감 마님과 금실도 초취 마님이 계셨지. 재취 마님과는 나무 공이 등 맞춘 것같이 삼 년이나 사시며 말 한 마디 재미있게 해보셨소?”
그 중의 한 계집은 여러 사람의 이야기하는 것을 한편으로 들어 가며 행주치마 자락을 접어 들고 두 눈에는 샘 솟듯 나오는 눈물을 이리 씻고 저리 씻고 흑흑 느껴 우는데, 이때의 최씨는 눈꼬리가 실쭉하여 아무 말도 아니
하고 섰다가 혀를 툭툭 차며,
“저렇게 원통한 것을 누가 죽으라고 고사를 지냈나? 이년 삼랑아, 보기싫다. 너는 죽은 사람만 밤낮 못 잊어 아이 때부터 드난을 했나니, 무던한 심덕을 못 잊겠나니 하며, 산 나는 쓴 외 보듯 하는 터이니 공연히 소요스럽게 울고 섰지 말고 저렇게 왔을 때에 아주 따라가려무나. 할멈, 나가서 영감 여쭙게, 귀신이 보고 싶다네. 그 소원이야 못 풀어 주겠나?”
함진해가 집안에서 똥땅거리는 것이 듣기 싫어 의관을 내려 입고 친구집에 가서 바둑이나 두다 오려고 막 나서다가 할멈이 나와 큰 마누라의 혼이 들어와 청한다는 말을 듣고 속종으로,
‘이런 미친 무당년도 있나? 여인들을 속이다 못하여 나까지 속여 보려고. 대관절 그년의 거동을 구경이나 해보아, 정 요사스럽거든 당장 내어 쫓으리라.’
하고 노파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오며,
“우리 죽은 마누라가 어디 왔어, 응?”
그 말이 채 그치기 전에 넋두리하던 무당이 마주 나오며 대성통곡하더니, 함진해의 입이 딱 벌어지며 혀가 홰홰 내둘리게 수작이 나온다.
“에그 영감, 나를 몰라보오, 오? 아무리 유명(幽明)이 달라졌기로 어쩌면 그다지 무정하오, 오? 나 병들었을 때에 무엇이라고 하셨소, 오? 십 년 동거하던 정을 버리고 왜 죽으려 드느냐고 저기 저 창 밑에서 더운 눈물을 더벅더벅 떨어뜨리시던 양을 보고 죽는 나의 뼈가 아프며 눈을 못 감겠더니, 이 눈이 꺼지지 않고 살이 썩지도 않아 밤낮 열나흘 경을 읽어 구천응원이 호통을 하고 소거백마가 선봉이 되어 앞뒤에다 금사진을 치고 움도 싹도 없이 잡아 가두려 하였으니, 아무리 영감이 하신 일은 아니시나 인정에 어찌 모르는 체하오, 오? 간신히 자취를 숨겨 이 집을 떠날 제 원통하고 분한 생각 어느 날 어느 때에 잊히겠소, 오? 이집 저집 엿보며 수수밥 조죽 사발로 고픈 배를 채우면서 그 동안 세월을 보내던 내오, 오.”
그때 겨시로 왔던 무당이 별안간 손뼉을 치며 넋두리가 또 나오는데,
“에그, 나도 돌아왔소. 이팔청춘에 뒷방 마누라가 되어 긴 한숨 짜른 탄식으로 평생을 마치던 박씨 내오, 오. 여보 영감, 그리를 마오. 살아서 박대하고 죽어서도 미워하여 밝은 세상을 보지도 못하게 경을 읽어 가두려 드오, 오. 에그, 지원극통해라, 아!”
하더니, 그 다음부터는 둘이 병창(竝唱)을 하여 흑흑 느껴 가며,
“우리 둘이 전후취(前後娶)로 영감께 들어와 생전에는 서로 보지도 못했으나 고혼은 남과 달라, 아. 손목을 마주잡고 설운 눈물이 마를 날 없이 전전걸식(轉轉乞食) 다니다가 칠월 보름날 사시초(巳時初)에 베전 병문에서 영감을 만나 이씨 나는 동남풍이 되고, 박씨 나는 서북풍이 되어 두 바람이 모여 회오리바람이 되었소, 오. 영감의 가시는 길을 에워싸고 이리 돌고, 저리 돌고, 감돌고 푸돌며 지접(止接)할 곳을 두루 찾더니 영감 쓰신 제모립이 둥둥 떠나가 일 마장 밖에 가 떨어지기에 우리가 그 갓에 은신을 했더랬소, 오. 그 길로 영감을 따라 집에를 돌아온 지 보름이 다 되도록 국내 · 장내 맡기만 했지, 떡 한 덩이 못 얻어먹었소, 오. 여보아라 최씨야, 우리를 그렇게 박대하고 무사할 줄 알았더냐! 네 자식 데려간 것을 원통타 마라아. 별성 마마께 호소하고 네 자식을 잡아 왔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