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녜, 아뢰기 죄만하오나, 그 댁은 그러하실밖에 수가 없으시지요. 그 댁 마님께서 귀신이라면 사족을 못 쓰시는데 좌우에서 거행하는 하인이라고는 깡그리 불한당년이올시다. 의신은 구복(口腹)이 원수라, 그 댁 하인의 시키는 대로 할 따름이지, 한 가지 의신의 계교로 속인 일은 없습니다.”

“네 몸에 형벌을 아니 당하려거든, 그년들이 네게 와 시키던 말도 낱낱이 고하려니와, 너의 간교로 그 댁 속이던 일을 내가 이미 알고 있으니 잔말말고 고하렷다.”

“그 댁 하인의 다른 것들은 다만 심부름만 하였지요마는 그 댁에서 안잠 자는 노파가 그 댁 일을 무이어 자주장하다시피 하는데, 하루는 의신의 집에를 와서 그 댁 아기 죽은데 진배송을 내어 달라 하며, 그 댁 세세한 일을 모두 가르쳐 의신더러 알아맞히는 모양을 하여 별비가 얼마가 나든지 반분하자 하압기 말씀이야 바로 하압지, 무녀 되어서 그런 자리를 내어 놓고 무엇을 먹고 사옵니까? 그러하오나 마침 의신이 신병이 있사와 부득이하여 저의 동무를 천거하였삽더니 그럴 줄이야 누가 알았습니까? 그년이 천하에 간특하고 의리부동한 년이라, 의신의 그 댁 단골까지 빼앗아 제가 차지하고 흥화조산을 못 할 짓이 없이 하였습니다. 당초에 그 댁 영감께서 베전 병문에서 회오리 바람을 만나시는 것을 마침 지나다 제 눈으로 보고 앙큼한 마음으로 아무 때든지 그 댁 일을 한 번만 맡아 보면 귀신이 집어 댄 듯이 말을 하여 깜짝 반하게 하리라 한 것은 아무도 몰랐더니, 그년이 그 방법을 행할 뿐 아니라, 안잠 할미를 부동하여 세소한 일까지 미리 알고 가장 영한 체하여, 그 댁 재물을 빼앗아먹다 못하여 나중에는 임가라 하는 놈과 흉계를 내어, 그놈을 지관 행세를 시켜 비기를 써다 미리 고양 땅에 묻고, 그 영감을 감쪽같이 속여넘겨 여러 만금을 도적하여 먹으면서도 의신에게는 이렇다 말 한마디 없었사오니, 하늘이 내려다보시지, 의신은 그 댁 일에 일호도 죄가 없습니다.”

“그러면 너는 어디 살고, 그년은 어디 있으며, 명칭은 무엇이라 하고 그년의 비밀한 계교를 어찌 알았뇨?”

“의신은 묘동 사압기로 묘동집이라고 남들이 부르압고, 국수당 무당은 성이 김가라고 그렇게 별호를 지었는지, 금방울이 금방울이 하고 모르는 사람이 없사오며, 그 비밀한 일은 그 댁에 가까이 단기는 하인들이 그년의 소위가 괘씸하여 의신 곧 보면 이야기를 하압기로 들었습니다.”

함판사가 듣기를 다하고 사령을 명하여 금방울과 임지관을 성화같이 잡아들이라 분부하니, 묘동이 다시 고하되,

“동류의 일을 아무쪼록 덮어 가는 것이 서로 친하던 본의오나, 그년이 의신의 생애를 앗아 가지고 그 댁을 못살게 하온 일이 너무 분하고 가이없어 이 말씀이지, 그년이 바람 높은 기색을 미리 알아채고 동대문 안 양사골 제 아주미 집 건넌방 속에 임가와 같이 된장독에 풋고추 백히듯 꼭 들이백혀 있습니다. 그년을 잡으시랴 하면 제 집에는 보내 보실 것도 없이, 이 길로 양사골로 사령을 보내셔야 잡으십니다. 그년의 벗바리가 어찌 좋은지 사면에 벌레줄같이 늘어서 있어, 몇 시간만 지체가 되면 이 소문을 다 듣고 달아날 터이올시다.”

판사가 사령에게 엄밀히 분부하여 양사동으로 보내더니, 거무하에 연놈을 항새족새하여 잡아들였는데, 신문 한 번도 하기 전에 예서제서 청촉(請囑)이 빗발같이 쏟아져 들어오는지라, 판사가 한편 귀로 듣는 족족 한편 귀로 흘리며 속마음으로,

‘아따, 이년의 세력이 어지간치 않다. 이왕으로 말하면, 북묘 진령군만은 하고, 근일로 말하면 삼청동 수련이만은 착실한걸. 네 아무리 청질을 해도 내가 이왕 법관 모양으로 협잡하는 터이 아니니, 무엇이 고기되어 법을 굽혀 가며 호락호락히 청 들을 내냐! 이년, 정신없는 년, 내가 누구인 줄알고 이따위 버르장이를 하느냐? 매 한 개라도 더 맞아 보아라!’

하고 서리같이 호령을 하여 족불리지로 잡아들여, 형구를 갖추어 놓고 천둥같이 으르며 일장 신문을 하는데, 금방울같이 안차고 다라지고 겁없는 인물도 불이 어찌 되든지 말끝마다,

“죽을 혼이 들어서 그리했으니 상덕을 입어 살아지이다!”

소리를 연해 하여 가며 전후 정절을 개개 승복하니, 임가 역시 발명무지라, 다만 고개를 푹 숙이고 살기만 발원하더라. 판사가 일변 고양군에 발훈(發訓)하여 최옥여를 마저 압상하여 일장 문초한 후 세 죄인을 모두 한기신(限己身) 징역으로 선고하고 자기 집에 돌아와 생양정 부모께 그 사실을 고하고서, 당장 노파와 삼랑들을 불러 세우더니,

“너희들의 죄상은 열 번 죽어도 남을 터이나 십분 용서하는 것이니, 댁 문하에 다시 발그림자도 하지 말고 이 길로 나아가되, 다른 집에 가서라도 그런 행실을 하여 내게 입렴 곧 되고 보면 그때 가서는 죽어도 한가 말렷다.”

이 모양으로 호령을 하여 두 년을 축출하니, 최씨 부인이 그 아들 보기도 얼굴이 뜨뜻하여, 그 사지 어금니같이 아끼던 수하친병이 이 지경이 되어도 말 한마디 두호하여 주지 못하고, 오직 아들의 뜻대로만 백사·만사를 좇는데, 벽장 다락 구석에 위해 앉혔던 제석·삼신·호구·궁웅·말명·여귀 등 각색 명목과 터주·성주 등물을 모두 쓸어내다 마당 가운데에 쌓아 놓고 성냥 한 가지를 드윽 그어 불을 질러 태워 버리고, 다시 구기라고는 손톱 반 머리만치도 아니 보는데, 그 뒤로는 그같이 번할 날이 없이 우환이 잦던 집안 식구가 돌림감기 한 번을 아니 앓고, 아이들이 나면 젖주럽도 없이 숙성하게 잘 자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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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ey Network Architecture (JNA) 최종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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