蝙蝠편복
이육사
光明광명을 背反배반한 아득한 洞窟동굴에서
다 썩은 들보라 무너진 城砦성채 위 너 홀로 돌아다니는
가엾은 박쥐여! 어둠에 王者왕자여!
쥐는 너를 버리고 부자집 庫고간으로 도망했고
大鵬대붕도 北海북해로 날아간 지 이미 오래거늘
검은 世紀세기에 喪裝상장이 갈갈이 찢어질 긴 동안
비둘기같은 사랑을 한 번도 속삭여 보지도 못한
가엾은 박쥐여! 孤獨고독한 幽靈유령이여!
앵무와 함께 종알대어 보지도 못하고
딱짜구리처럼 古木고목을 쪼아 울리도 못 하거니
만호보다 노란 눈깔은 遺傳유전을 원망한들 무엇하랴
서러운 呪交주교일사 못 외일 苦悶고민의 이빨을 갈며
種族종족과 홰를 잃어도 갈 곳조차 없는
가엾은 박쥐여! 永遠영원한 「보헤미안」의 넋이여!
제 情熱정열에 못 이겨 타서 죽는 不死鳥불사조는 아닐망정
空山공산 잠긴 달에 울어 새는 杜鵑두견새 흘리는 피는
그래도 사람의 心琴심금을 흔들어 눈물을 짜내지 않는가!
날카로운 발톱이 암사슴의 연한 肝간을 노려도봤을
너의 머―ㄴ 祖先조선의 榮華영화롭던 한시절 歷史역사도
이제는「아이누」의 家系가계와도 같이 서러워라!
가엾은 박쥐여! 滅亡멸망하는 겨레여!
運命운명의 祭壇제단에 가늘게 타는 香향불마자 꺼젓거든
그많은 새즘승에 빌붓칠 愛嬌애교라도 가젓단말가?
相琴鳥상금조처럼 고흔 뺨을 채롱에 팔지도 못하는 너는
한토막 꿈조차 못꾸고 다시 洞窟동굴로 도라가거니
가엽슨 빡쥐여! 검은 化石화석의 妖精요정이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