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법은 인간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핵심 규범이다. 법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법의 개념을 탐구하는 문제이며, 법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은 법의 목적(혹은 법의 이념)을 묻는 문제이다.
법의 목적에 대한 탐구는 단순한 이론적 논의에 그치지 않고, 법이 사회에서 추구해야 할 가치 기준과 형성·실현의 지표를 제시한다. 따라서 법학 연구에서 법의 목적을 밝히는 일은 법의 정당성과 방향성을 확보하는 데 핵심적이다.
여기서는 법의 목적에 대한 주요 학자들의 견해를 살펴본 뒤, 라드브루흐(Gustav Radbruch)가 제시한 “법의 3대 이념(정의·법적 안정성·합목적성)”을 중심으로 법의 목적을 분석하고 그 상호관계와 긴장 관계를 고찰한다.
Ⅱ. 본론
1. 법의 목적에 대한 학자들의 견해
법의 목적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규정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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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 법은 정의를 원칙으로 하는 도덕적 생활을 실현하는 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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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소: 개인의 자유와 평등의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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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 도덕적 인격의 확보에 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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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공리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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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 특정한 시공간에서의 문화적 법적 공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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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믈러: 자유롭게 협동하는 사람들의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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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링: 법은 사회생활 조건의 보장을 통해 사회 질서를 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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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드브루흐: 법의 이념을 정의·합목적성·법적 안정성으로 체계화
이 중 라드브루흐의 견해가 오늘날 가장 널리 사용되는 기준으로, 법의 목적을 세 가지 이념의 조화로운 실현으로 이해한다.
2. 라드브루흐의 법의 3대 이념
(1) 정의(正義)
정의는 모든 법이 지향하는 보편적 가치이다. 고대 철학자들은 정의를 “각자에게 그의 몫을 주는 것”으로 보았다(울피아누스). 플라톤은 정의를 “각자가 자기 일을 하는 것”,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를 보편적 정의와 특수적 정의로 구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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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정의: 모든 사람이 동일하게 준수해야 할 일반적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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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적 정의: 개인생활에 적용되는 정의로 다시 평균적 정의와 배분적 정의로 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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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적 정의: 형식적 평등 – 민법·상법 등 사법의 기본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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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분적 정의: 실질적 평등 – 형법·세법, 사회보장법 등 공법·사회법의 기본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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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는 법의 정당성 판단 기준이며, 법의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원천이 된다.
(2) 법적 안정성
법적 안정성은 법에 의해 사회가 예측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즉, 법이 명확하고 지속적으로 유지되어 국민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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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가들의 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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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악법도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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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 “정의롭지 못한 법도 무질서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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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드브루흐: 법의 가장 기본적 요청은 법적 안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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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건(라드브루흐):
① 법의 명확성
② 법의 빈번한 변경 금지
③ 법의 실제적 실현 가능성
④ 법이 국민 의식에 부합할 것 -
관련 제도: 성문법주의, 소멸시효·취득시효, 공소시효, 선의취득 등
→ 법적 안정성은 정의 실현보다 우선할 때가 있으며, 사회질서 유지의 기반이 된다.
(3) 합목적성
합목적성은 법이 사회의 구체적 목적과 가치에 적합하도록 설계·운영되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정의가 법의 이상적 지향점이라면, 합목적성은 그 이상을 현실에 적용하기 위한 실천적 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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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의: 구체적 목적에 맞는 법적 수단·방법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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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 사익과 공익의 대립을 조정하고, 다양한 가치관을 균형 있게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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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드브루흐의 견해: 합목적성은 도덕적 선을 추구하며, 개인주의 · 초개인주의 · 초인격주의라는 가치체계에 의해 구체화된다.
3. 법이념의 조화와 갈등
세 가지 법이념은 본질적으로 상호보완적이지만, 현실에서는 긴장과 갈등을 일으킨다. 예를 들어, 법적 안정성은 법의 변경을 최소화하지만, 정의는 변화한 사회관계에 맞는 법 개혁을 요구한다. 혁명 상황에서는 기존 실정법보다 새로운 정의가 우선시되기도 한다. 따라서 법은 변화의 필요성과 안정성의 요구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며, 그 정당화는 사회적 합의와 역사적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
Ⅲ. 결론
법의 목적은 단순히 외적 질서를 유지하는 데 있지 않고, 정의·법적 안정성·합목적성이라는 세 가지 이념의 조화로운 실현에 있다. 정의는 법의 정당성을 보장하고, 법적 안정성은 사회적 신뢰를 형성하며, 합목적성은 법을 구체적 현실에 적합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법학 연구와 입법·사법·행정 활동은 이 세 이념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시대적 요구에 맞는 법을 형성해 나가야 한다. 결국 법은 사회공동체의 이상과 현실을 매개하는 규범적 장치로서, 그 존재 이유는 보다 정의롭고 안정적이며 합목적적인 사회를 구현하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