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성 ―정신분석학적 접근―
Psychoanalytic Approach to the sex of law
이상돈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법철학연구
2024, vol.27, no.1, pp. 255-294 (40 pages)
한국법철학회
초록
① 페미니즘은 포스트모던 문화 속의 다의적인 사회현상들을 과도하게 획일적으로 가부장의 젠더기반권력의 산물로 바라보고 있고, 아울러 자본주의체제가 젠더기반권력을 재생산하고 있다는 관점(가부장적 남성성의 범신론 및 문화사회주의)을 보여주기도 한다. 페미니즘은 법의 남성편향성을 해체하지만 때때로 여성편향성을 띠게 만들며, 그 부작용으로 새로운 남성주의를 촉발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법의 젠더편향성을 극복하려면 법의 범주적인 성(sex)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근본성찰이 필요하다. ② 근대 이성법은 정신분석학적으로 보면 남근성(phallus)의 존재인 부르주아 가부장의 정신과 욕망(일, 사랑, 자식)을 근본가치로 승인하고, 그것을 세분화된 권리의 체계로 구축하는 법이다. 여자는 성(사랑과 자식)을 통해 남자에게 남근성을 생성(전유)시켜주고, 남자는 일을 통해 형성한 자원을 여자에게 제공함으로써 남근성을 되갖게(재전유)해준다. 그러므로 남근성의 법으로 해석된 이성법에서도 여자는 남자와 동등한 주체의 위치에 놓일 수 있다. 그런 여성성을 모성성(maternal-feminine) 또는 재전유된 남근성(reappropriated phallus)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현대사회에서는 여자도 남자와 같이 남근성을 ‘전유’하는 주체 위치에 설 수 있고(남근적 여성 phallic women), 남자도 여자와 같이 남근성을 ‘재전유’하는 주체 위치에 설 수도 있다. ③ 더 나아가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여자는 여성 특유의 몸 특성(두 입술과 점액)과 상징에 기반을 둔 남성적 욕망과 구별되는 독창적인 욕망, 팔루스-로고스중심주의를 벗어난 감성적 사고와 여성적 말하기를 통해 고유한 여성성, 즉 여점성(女粘性)을 가질 수 있다. 동성애적 사랑, 비혼의 출산/입양과 양육, 자연친화적 감성적 삶의 추구, 이를 돕는 지방분권화와 근거리농업 및 그에 적합한 유통구조의 확립 등을 지향하는 법은 여점성의 법이 된다. ④ 미래의 법은 남근성, 모성성, 여점성의 차이와 그 고유성을 인정하고(인류학적 성차), 남녀를 포함하여 모든 인간은 수많은 삶의 세부영역마다 남근성, 모성성(재전유된 남근성), 여점성을 각자의 기질과 취향, 이성과 감성, 자아 정체성과 무의식 등의 고유한 특성들에 따라 다양한 방식과 구성비율로 발현하면서(다성적 성정체성) 살아갈 수 있는 자유를 평등하게 누려야 한다(인류학적 성평등). 인간의 다성적인 성정체성을 보장하는 법은 가령 사적 관계에서는 의사(will) 중심으로 인간관계를 판단하는 도그마에서 벗어나 마음(mind-and- heart)을 고려하여 인간관계를 판단하여야 한다. 그렇기에 (동의)의사중심주의에 갇혀 있는 비동의간음죄, 직장상사부하관계 등의 맥락과 무관한 성희롱죄의 신설주장 등은 다성적 법에서는 허용되기 어렵다. 다성적인 법은 절대 다수의 남자와 여자들의 공통된 선택·구성으로 인해 생성되는 남성적 정체성과 여성적 정체성의 스테레오타입이 성역할을 고정시킴으로써(고정된 젠더관념), 성평등을 해치고 사회적 차별을 낳는 담론적 현상을 발굴·분석하여 해체하여야 한다. 또한 법은 성평등과 성차이가 서로 충돌하는 경우에 어느 하나를 선택하고 다른 하나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 둘을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아야 한다. 아울러 다성적 법은 팔루스-로고스중심의 이성적 말하기와 구별되는 심미-에로스 중심의 여성적 말하기나 미학적 정의를 옳음과 좋음의 정의보다 중시하는 법을 지향한다.
① Feminism views the polysemantic social phenomena in postmodern society as excessively uniform products of patriarchal gender-based power, and also shows the perspective that the capitalist system reproduces gender-based power (pantheism of patriarchal masculinity and cultural socialism). Feminism dismantles the male bias of law, but sometimes makes it female-biased, thereby sparking a new phallicism. To overcome this gender bias of law, psychoanalytical reflection on the categorical sex of law is necessary. ② From a psychoanalytical point of view, the law of modernity recognizes the phallus, namely the spirit and desires (work, love, children) of bourgeois patriarchs as fundamental values and constructs them into a system of differentiated rights. A woman partially creates man’s phallus through sex (love and children), and regains (re-appropriates) the phallus implemented in resources formed through man’s work. Therefore, even in the reasonable law interpreted as the law of the phallus, women can be placed in the position of subjects equal to men. Such femininity can be called maternal-feminine or the reappropriated phallus. In modern society, women, like men, can stand in the position of subjects who ‘appropriate’ the phallus (phallic women), and men, like women, can stand in the position of subjects who ‘re-appropriate’ the phallus. ③ Furthermore, in postmodern society, women have bodily characteristics unique and their symbols (two lips and mucous), an original desire that is differentiated from masculine desire, and a unique femininity through emotional thinking and feminine speaking beyond the phallogocentrism. It can be called ‘femmucous’ (=compound word of feminine and mucous). Laws of femmucous aim at establishing local decentralization, short-distance farming, and a distribution structure. The approving and protecting same-sex love, non-marital childbirth/adoption and parenting, and the pursuit of an eco-friendly emotional life become the laws of femmucous. ④ The future law recognizes the differences and uniqueness of the phallus, maternal-feminine(the reappropriated phallus) and femmucous(anthropological sexual differences). All humans, including men and women, have free and equal opportunity to use the triple layers in the sexual identification in various detailed areas of life(anthropological sexual equality). The law that guarantees the polysexual identity of humans should break away from the will-dogma and consider the mind-and-heart of women especially in private relationships. Therefore, it is difficult to allow new claims of non-consensual adultery, which are trapped in phallogocentrism, and sexual harassment, which are unrelated to the context of workplace (supervisor-subordinate relationships, etc.) under polysexual law. Polysexual law analyzes, excavates and deconstructs micro-discourse that harms sexual equality and creates social discrimination by fixing gender roles between masculine and feminine identities. Also, when sexual equality and sexual difference conflict, the law should not choose one and exclude the other, but should find a way to realize both dialectically. Polysexual law aims for a law that values aesthetic-eros-centered feminine speech, which is distinct from phallus-logos-centered rational speec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