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이황, 1501~1570)의 학문적 위상은 조선사회의 통치이념이던 주자학(성리학)을 세계적 수준으로 재해석하고 독자적 수준으로 발전시킨 석학이자 거장이다. 송대(宋代) 주자의 성리학이 조선왕조의 창업(1392)과 더불어 국가의 통치이념으로 받아들여졌으나, 조선의 성리학이 독자적인 모습을 갖게 된 것은 200년이 지난 퇴계에 이르러서이다.
그의 학문체계는 성리학에 근거하여 리와 기로 인간과 세계를 다룬 이기론적 문제와 이에 근거한 심·성·정의 구조를 다룬 심성론적 문제를 기본 과제로 삼지만, 무엇보다 수양론이 그 중추를 이룬다. 수양의 올바른 실천을 통해 인간의 품성을 온전하게 실현하여 인격적 완성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특히 경(敬)의 개념으로 수양론의 실천방법을 체계화하여 조선성리학의 기본 틀을 확고하게 정립한다. 게다가 사단칠정논변을 계기로 풍부한 철학적 토론과 이론적 심화과정을 거치면서, 이후 조선성리학의 특성과 방향을 정립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 점에서 조선성리학은 퇴계에 와서 비로소 독자적인 모습을 갖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내용은 크게 제1부와 제2부로 나누어져 있다. 제1부에서는 퇴계철학을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양의 여러 학자들과 비교한 내용이며, 제2부에서는 퇴계와 주자 및 타종교와 비교한 내용이다. 본 내용을 전개하기에 앞서, 서론에서는 퇴계의 인물과 퇴계 성리학의 내용 및 특징을 개괄하였다.
퇴계철학이 우리시대에도 의미 있는 철학적 보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리시대의 철학적 언어와 방법으로, 예컨대 해석학·실존철학·과정철학·유물론 등 현대의 다양한 서구적 학문분야로 퇴계철학을 재해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러한 인식은 퇴계철학의 현대적 해석을 통한 세계화를 표방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를 통해 퇴계철학이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세계만방에 널리 보급될 것이다.
특히 서양철학과의 비교를 통해 새로운 해석의 폭을 넓힘으로써 퇴계철학의 이해를 더욱 풍성하게 할뿐만 아니라, 아울러 한국철학의 유산이면서 세계철학으로 확산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