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동물권, 여성, 인권 등 세계의 절실한 문제들을 끌어안고 꾸준히 연구해 온 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의 페미니즘 철학서가 출간됐다. 『여성을 억압하는 세계』는 개발도상국 인도에서 살아가는 빈곤 여성의 삶과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낸 기록이자, 불평등한 세계에 끊임없이 제기되는 물음을 헤쳐 나갈 명석한 응답이다. 누스바움은 너무나 오랫동안 여성을 수단으로만 취급했던 정치, 사회, 종교, 가족의 문제를 고발하기 위해 젠더 불평등과 빈곤이 교차하는 인도에 방문한다. 그곳에 만연한 차별과 폭력, 그리고 불평등의 흔적들이 이 책에 적나라하게 적혀 있다.
누스바움이 야심 차게 기획한 이 연구는 억압당하는 모든 여성을 가로질러 모든 인간을 향해 나아간다.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또 무엇이 될 수 있는가. 누스바움은 이 질문에 기반한 ‘잠재역량 접근법’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복권하기 위한 윤리 정치적 기획을 펼친다. 여성은 줄곧 국가, 가족, 공동체의 목적에 복무하는 수단으로 여겨졌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빼앗겨 왔다. 이 책은 바로 그 상실의 역사를 짚어보며 철학이 실천과 만나는 자리에서 새로운 세계를 모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