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에 쇼펜하우어와 니체가 있다면,동양에는 노자와 장자가 있다” 비교와 경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정신적 자유를 선물하는동양철학의 매머드급 고전 『도덕경』과 『장자』
물질만능주의와 자본주의의 병폐가 심화되면서 정신적 자유를 찾아 고전과 철학을 찾는 독자가 늘고 있다. 특히 니체와 쇼펜하우어처럼 ‘인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위에 저항하는 삶’을 다루는 책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런 자연주의 철학은 서양에만 있는 게 아니다. 동양에서는 노자(老子)와 장자(莊子)로 대표되는 도가(道家) 철학이 오랫동안 ‘생의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람들 곁을 지켜왔다. 《당신의 인생은 틀리지 않았다》는 비교와 경쟁을 종용하는 세상에서 삶의 여유를 찾고자 하는 현대인을 위한 노장(老莊) 철학 인문서다.
도가 철학의 시조로 알려진 노자는 약 2,500년 전 춘추 시대를 살았던 사상가로 일생이 거의 알려진 바 없는 전설적인 인물이다. 우주의 원리, 도(道)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여든을 넘긴 시기에 37장의 「도경(道經)」과 44장의 「덕경(德經)」을 지어 후세에 남겼는데, 이렇게 완성된 『도덕경』은 훗날 장자와 공자(孔子) 등 걸출한 사상가들을 배출하는 기반이 됐다.
노자의 뒤를 이은 장자는 기원전 300년경 전국 시대를 살았던 사상가로 내편 7장, 외편 15장, 잡편 11장 등 총 33편으로 이뤄진 『장자』를 남겼다. 노자의 『도덕경』이 촌철살인으로 삶의 단면을 날카롭게 드러내는 단검 같은 고전이라면, 『장자』는 풍부한 예시와 흥미로운 이야기로 깨달음을 우회적으로 전하는 소설 같은 고전이다. 두 책 모두 삶의 무게를 덜어내고, 비교와 경쟁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추구한다는 점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가 불행한 건 타인의 기준에 맞추려 하기 때문이다.내가 편안한 인생이 최고의 인생이다”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갖춰야 할무지무욕(無知無欲)과 역려과객(逆旅過客)의 마음
우리는 단군 이래 가장 풍요한 시대를 살고 있다. 전쟁 이후 불과 몇십 년 만에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고, 전 세계가 k드라마와 음악을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일 뿐이다. 내적으로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고, 10만 명당 자살자 수는 27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에 다다랐다. 가장 행복해야 할 우리가 왜 가장 불행한 걸까?
철학자 제갈건은 그 답을 인정 중독과 비교 중독 사회에서 찾는다. 인정 중독은 ‘타인의 칭찬을 갈구하는 심리 상태’고, 비교 중독은 ‘타인의 속도에 자신을 맞추려는 심리 상태’다. 대중매체와 SNS를 통해 “쉽게 얻을 수 없는 재물과 명예, 인기와 평판에 대한 간접 체험”을 한 사람들이 평범한 현실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철학자 자크 라캉의 말처럼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삶’은 결코 충족될 수 없다. 내가 아닌 타인의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현실은 살 만한 곳이 못 된다.
작가는 ‘중독 사회를 어떻게 해독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답을 노장 철학에서 찾는다. 노자 사상의 핵심 가치인 무지무욕(無知無欲)은 인정 중독과 비교 중독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현명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무지무욕은 ‘알거나 바라는 것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자신이 가진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촉구하는 가르침’이다. 돈과 인기, 학식과 명예, 자선이나 박애는 모두 듣기엔 좋은 말이지만 이를 좇는 순간 근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노자는 말한다. “많은 이가 찬양하는 것들이 꼭 욕심낼 만한 것들은 아니다. 많은 이가 비난하는 것들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버려야 할 것들은 아니”라고.
이는 장자의 세계관인 역려과객(逆旅過客)을 통해 확장된다. 역려과객은 ‘세상은 여관이고 인생은 그곳에 잠시 머무는 나그네’라는 뜻이다. 미련과 집착이 없고, 바라는 것과 두려운 게 없는 나그네의 삶처럼 쉬엄쉬엄 편안히 살다 보면 누구나 가벼운 인생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억지로 충족시키려는 삶은 자유로운 말에 재갈을 물리고, 고삐를 채워 죽음으로 몰아넣는 것과 같다. 반면 텅 빈 마음에는 어떤 큰 도둑이 들어도 절대 훔칠 수 없는 평안과 행복이 가득하다.
“노자, 장자와 친해지면 삶이 가벼워진다.인생에 불필요한 기준들이 대거 사라진다.” 물처럼 유연하게, 공기처럼 가볍게자연스러운 삶을 위한 2,500년 상선약수의 지혜
《당신의 인생은 틀리지 않았다》는 총 3부 3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 첫머리에는 촌철살인이 돋보이는 『도덕경』 한 구절과 비유와 은유로 가득찬 『장자』 한 구절씩을 원문 그대로 수록해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제1부 ‘내려놓기’에서는 『장자』 내편의 핵심 내용을 살펴보며 어떻게 하면 비교하는 마음으로부터 멀어지고 변화를 적극 수용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제2부 ‘둘러보기’에서는 『장자』 외편을 통해 사소한 것들에 휘둘리지 않는 지혜를 찾아본다. 제3부 ‘채우기’에서는 『장자』 잡편을 살펴보며 당당한 인생은 겸손과 비움에서 비롯됨을 발견한다.
본문에서는 『도덕경』과 『장자』 원문 구절을 저자가 친절하게 현대적 언어로 풀이해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한자 병기는 과감하게 제하고, 대신 쉽고 이해가 빠른 우리말로 번역 수록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노장 철학을 접할 수 있도록 했다. 핵심 메시지를 한 줄 문장으로 압축한 제목은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의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도와주며, 각 장의 내용은 언제 어디서든 아무 페이지나 펼쳐도 독서가 가능할 정도로 독립성과 완성도를 갖추고 있다.
도가 철학은 현실과 거리가 먼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 보면 알 수 있다. ‘비움’과 ‘감사’를 강조한 노장 사상은 사람을 살리는 데 반드시 필요한 철학이라는 사실을. 살다 보면 인생을 귀양살이에 비유한 누군가의 말이 뼈저리게 와닿을 때가 있다. 이럴 때 노장 사상은 공기처럼 삶을 가볍게 만들어주고, 물처럼 마음을 유연하게 이끌어준다. 그리고 그때 우리는 깨닫게 된다. 피눈물 나는 노력의 결과가 반드시 아름답지만은 않을 수 있으며, 세상이 내 뜻대로 되지 않음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라는 걸 말이다.
중요한 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다. 안 되는 일에 전전긍긍하며 매달릴 것인가, 아니면 최선을 다하며 때를 기다릴 것인가. 장자가 말한 안명(安命), 주어진 삶을 편안히 여기는 삶의 태도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삶이 편해질 때 비소로 도(道)가 실현된다. 무소부재(無所不在). 도는 누구의 인생에나 존재한다. 다만 그 도를 스스로 깨닫느냐 못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부디 이 책이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현대인들에게 조금 더 마음 편히 살아갈 수 있는 안식처를 제공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