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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암의 꿈이 지치至治였다고 속삭인다. 지치란 ‘지극한 정치’로서, ‘하늘과 사람의 틈새 없는 세상’을 지상에 펼치려는 유학 이념이다. 사람이 순정성을 회복해야 지치의 꿈이 구현된다고 하니, 첫째도 수양이고 둘째도 수양이다.
정암은 선대 학자들이 닦은 길을 달려나가 구습을 개혁하는 데까지 이르렀으니, 사림파의 오랜 염원을 정암이 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암은 수많은 개혁을 했다. 유능한 정치가가 평생 할 일을 4년 만에 다 이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묘사화 직후에 그간 개혁한 바가 우여곡절을 겪기는 했으나, 종래에는 결국 제 자리를 잡아나가지 않았던가. 살아서는 절반만 성공했을지라도, 죽어서는 나머지 절반을 마저 이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점에 기대어 정암을 새롭게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알성시책〉에서 하늘과 사람이 하나의 이치에 근본을 둔다고 했으니, 옛 성군과 현재의 군왕과 백성은 하늘의 이치를 동일하게 품수했다고 할 수 있다. 위상은 서로 다르되, 이치는 서로 같다. 정암은 이치에 주목하되, 다음과 같은 몇몇 사상을 종횡으로 얽어서 지치의 개념을 견고하게 구축해 내었다. 첫째, 천인무간天人無間 사상이다. 하늘과 사람을 하나라고 여긴다고 하여 이렇게 말했다. 둘째, 왕도정치 사상이다. 군왕의 인정仁政 체계를 왕도정치 사상이라고 한다. 셋째, 내성외왕內聖外王 사상이다. 제왕이 성인 공부와 인정仁政을 모두 해야 한다는 사유체계를 이렇게 말했다.
찬탄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지치’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지치의 의미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정치’이니, 어느 시대의 군왕인들 지치를 소망하지 않겠는가! 후대 군왕들이 정암을 찬탄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후대 군왕들은 정암보다는 지치에 비중을 더 둔다. 정암을 징검다리로 삼아 태평성대의 세부 정황을 들추기 때문에 이렇게 볼 수 있다. 지치의 시대를 열기만 하면 그 자신이 성군聖君으로 추앙받고 힘들이지 않고도 백성들을 잘 다스릴 수 있다고 상상했을 것 같다. 지치를 거론하자니 정암을 빼놓을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정암이 지치를 창도했고 그 지치를 현실세계에서 실현했다. 지치를 찬탄하기 위해 정암도 찬탄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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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ey Network Architecture (JNA) 최종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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