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각시의 계약: 미셸 세르의 철학과 자연 계약
Covert Contract: The Philosophy and Natural Contract of Michel Serres
오정진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법철학연구
2024, vol.27, no.2, pp. 329-352 (24 pages)
한국법철학회
Ⅰ. 우리가 잠든 사이에도 우렁각시는 생각했음에
Ⅱ. 미셸 세르의 철학
__1. 기식 관계와 선물
__2. 가련한 전달자/천사
__3. 소음과 혼돈, 소속 없음
__4. 무지배, 겪어냄
__5. 헤맴과 발명
Ⅲ. 미셸 세르의 ‘자연 계약’
__1. 인간과 자연/과학의 혼합된 행위성
__2. 사실과의 연방으로서의 법, 자연 계약과 종합
__3. 고통에서의 감수성, 취약성의 윤리와 제도
Ⅳ. 실천으로서의 교육과 대학
Ⅴ. 떠남과 미래, 세계 사랑
초록
이른바 ‘기후 위기’의 시대이다. 위태로운 느낌으로 앞날에 대한 걱정을 나누는 사이, 그간 인간이 지나치게 많이 자원을 쓰고 큰 잘못들을 저질러 온 만큼 작금과 같은 사태는 당연하다는 반응도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종래 우리의 사유 체계가 인간을 중심에 두고 담론에 편향되어 왔음을 반성하는 포스트휴머니즘이나 신유물론의 이론도 근래 활발히 검토되고 있는데, 이 글에서는 그러한 맥락에서, 선구적으로 말의 중독으로부터 몸을 구하고자 했고 오감 전체에 호소했던 미셸 세르(Michel Serres)의 철학을 살펴보았다. 비판하기보다는 다변화라는 방식으로 사유를 전개한 그는 사회 계약이 누락한 자연에 행위성을 부여하여 가상적 ‘자연 계약(The Natural Contract)’을 맺을 것을 주창했다. 관계를 중시한 그는 그 중에서도 기식(parasite)을 기본으로 보고 존재 자체가 선물이라고 한다. 모든 인간은 가련하다며 긍휼히 본 그는 특히 비참과 가난에서 오히려 인간성과 희망을 보았다. 세르는 찢겨진 세상을 연결하는 천사, 즉 헤르메스(Hermes)는 어디에나 있다고 하며, 소음(noise)과 혼돈(chaos)을 긍정한다. 그가 보기에 ‘소속 없음’이야말로 세계에서의 아름다운 삶의 모습이다. 나아가 세르는 히로시마에 투여된 핵폭탄을 평생의 질문으로 삼았기에 역설적으로 인간의 무지배를 주장한다. 그저 겪어내는 것이 그가 생각하는 윤리였고 때문에 그는 기꺼이 또 헤매고 방황한다. 철학은 발명(invention)이라고 본 그는, 인간과 자연 또는 과학은 혼합된 행위성을 띠고 법은 사실과 연방을 맺고 있다며 자연 계약을 통한 새로운 종합을 희구한다. 그와 같은 세르의 아이디어는 2008년 에콰도르 헌법개정시 ‘자연의 권리’로 반영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세르는 보잘것없고 실수투성이인 인간이 그나마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것은 세계의 고통을 느끼는 것이며 기존의 자리를 떠나 열린 미래를 가능케 하는 것이라고 한다. 다른 인간을 위한 실천으로서 교육과 대학의 역할에 주목했던 그는 궁극적으로 지극한 사랑만이 우리를, 세계를 구할 것이라고 말한다.
We are in the era of the so-called ‘climate crisis’. While people share concerns about the future with a feeling of precariousness, there is also a response that the current situation is natural as humans have been using too much resources and making big mistakes. Naturally, theories of posthumanism and new materialism, which reflect on the fact that our conventional thinking system has been biased toward discourse with humans at the center, are also being actively examined in recent years. In that context, in this article, I looked at the philosophy of Michel Serres who sought to save the body from addiction of words pioneering and appealed to all five senses. He developed his thinking in a way of multiplying rather than criticism, and advocated the creation of virtual ‘The Natural Contract’ by giving agency to nature, which was missing from the social contract. He places importance on relationships, and sees parasite as the basis, and says that existence itself is a gift. He saw with compassion that all humans were pitiful, and saw humanity and hope especially in misery and poverty. Serres says that Hermes, the angel who connects the torn world, is everywhere, and affirms noise and chaos. In his view, ‘unbelonging’ is the beautiful form of life in the world. Furthermore, Serres paradoxically argues for human’s non-mastery as he made the nuclear bomb administered on Hiroshima the question of his life. Just experiencing it was his ethics, so he willingly wanders and wanders again. He sees philosophy as an invention, and hopes for a new synthesis through natural contracts, saying that humans and nature or science have mixed agency and that law is federated with facts. Serres’s ideas were also reflected as ‘Rights of Nature’ when the Ecuadorian Constitution was revised in 2008. Above all, Serres says that the least that insignificant and fault-filled humans can and should do is to feel the pain of the world and leave their existing places to make an open future possible. He focused on the role of education and universities as a practice for new human beings, and ultimately says that only dear love will save us and the worl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