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놈과 그 옆 한구석에 쪼그리고 앉었는 영득 어머니와 부부가 되는것은 아무리 봐도 좀 덜 맞는듯싶다 마는 영득 어머니는 어떻게 되든지간 그 처분만 기다린단듯이 잠잣고 아이에게 젖이나 먹일뿐이다 나를 처다보고 자칫 낯이 붉는듯 하느니
「아재 나려오슈!」하고는 도루 고개를 파묻는다.
이때 소장사에게 인사를 부처준것이 술집 할머니다 사흘이 모잘라서 여호가 못 됐다니만치 수단이 능글차서
「둘이 인사하게 이게 내 먼촌조칸데 소장사구 돈잘쓰구」하다가 뼈만 남은손으로 내등을 뚜덕이며
「이사람이 아까 그 기약서 잘 쓴다는 재봉이야」
「거 뉘댁인이지 우리 인사합시다 이사람은 물건너 사는 황거풍이라 부루」
이놈이 바루 우좌스럽게 큰 소리로 인사를 거는것이다. 나두 저붙지않게 떡 버테고 앉어서 이사람은 하고 이름을 댔다. 울아버지두 십년전에는 땅마지기나 조히 있었단것을 명백히 일러주니까 그건 안듣고하는 수작이
「기약서를 써달라구 불렀는데 수구러우나 하나 잘 써주기유」
망할 자식 이건 아주 딴소리다. 내가 친구 복만이를 위해서 왔지 그래 예깐놈의 명령에 왔다갔다 할겐가 이자식 뭇척 시큰둥하구나 생각하고 낯을 찌프려 모루 돌렸으나 「우선 한잔 하기유 ─」함에는 두손으로 얼른 안받지도 못할 노릇이었다.
복만이가 그 웃음잊은 얼굴로 씨근거리며 달겨들 때에는 벌서 나는 석잔이나 얻어 먹었다. 얼근한 손에 다모지라진 붓을 잡고 소장사의 요구대로 (그려놓)았다.
매매게약서
일금 오십원야라
우금은 내 안해의 대금으로써 정히 영수합니다
갑술년 시월 이십일
조복만
황거풍 전
여기에 복만이의 지장을 찍어 주니까 어디 한번 읽어보우 한다 그리고 한참 나를 의심스리 바라보며 뭘생각하드니「그거면 고만이유 만일 내중에 조상이 돈을 해가주와서 물러달라면 어떻거우?」하고 눈이 둥그래서 나를 책망을 하는것이다. 이놈이 소장에서 하든 버릇을 여기서 하는것이 아닌가 하도 어이가 없어서 나도 벙벙히 처다만 보았으나 옆에서 복만이가 그대루 써주라하니까
어떠한 일이 있드라도 내 안해는 물러달라지 않기로 맹세합니다.